[책 속으로] ‘셜록의 머리, 왓슨의 가슴’으로 파헤친 영국 진짜 맨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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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영국이라는 나라 표지

영국이라는 나라 표지

영국이라는 나라
고정애 지음, 페이퍼로드

영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등이 모여 연방 형태로 구성된 만큼 국가와 국기, 심지어 언어까지 각기 다른 4개의 국가를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애정과 노력을 요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2014년부터 3년간 중앙일보 런던 특파원으로 일했던 저자는 “영국인들은 애국심보단 애향심”이라고 조언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고향 샤이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그 결과로 중간계까지 구하게 된 것처럼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족, 마을, 지역, 연방 등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개념을 탑재하고 나면 수수께끼처럼 보이던 개별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2012년 잉글랜드 중부 도시 레스터에서 발견된 리처드 3세의 유골이 왜 그가 재임했던 요크 지방이 아닌 이곳에 묻히게 됐는지, 별다른 특색 없던 도시가 문화적 유산을 얻게 된 덕분에 도시 전체에 생기가 돌아 레스터시티 FC가 창단 13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이 일어났는지 등등. 심지어 사망 후 530년 만에 이뤄진 장례식에서는 그의 16대손이자 ‘셜록’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모두 ‘나는 어디서부터 왔는가’라는 영국식 뿌리 찾기의 전통이 낳은 결과다.

생각지 못한 영국을 만날 수 있는 사례는 넘쳐난다. JTBC 손석희 앵커의 추천사처럼 “셜록의 머리, 왓슨의 가슴으로 만들어낸 작품”이기에 어느 편부터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는 “세밀화라기보다 스케치”라 했지만 충분히 세세하고 촘촘하다. 되려 꾹꾹 눌러 담은 정보량 탓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영국이라는 ___ 나라’라는 원제의 빈칸을 채울 만한 나만의 단어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 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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