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훈련병 머리 위로 ‘활쏘기’한 연대장에 징계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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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 사격.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국궁 사격.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육군훈련소 훈련병 통행로를 관통해 활을 쏜 육군훈련소 연대장 A 대령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정문을 내고 “A 대령의 행위는 훈련병의 안전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육군 교육사령관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A 대령이 육군훈련소 연병장에 국궁 과녁과 사대를 설치한 뒤 훈련병 통행로를 가로지르는 국궁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훈련병들의 안전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A 대령은 자기 취미 생활로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9일까지 이동형 과녁 1개를 연병장에 설치하고 하루에 10여 회 이상 화살을 발사하는 국궁 연습을 했다. A 대령은 국궁의 사거리 145m를 유지하기 위해 2개의 연병장을 가로질러 활을 쐈다. 두 연병장 사이에는 훈련병들이 통행하는 폭 6m의 보행로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중앙포토]

국가인권위원회. [중앙포토]

평소 이곳을 지나며 위협을 느낀 훈련병들은 지난 5월 수료식에서 A 대령의 국궁 연습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접수한 육군훈련소 감찰실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지난 6월 A 대령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인권위에 따르면 국궁 연습에는 A 대령뿐만 아니라 같은 연대의 간부 10여 명도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A 대령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국궁에 관심이 있어 연병장에 이를 설치하고 연습한 것은 사실이지만 병력 이동이 있으면 사격을 멈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훈련병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연대장이 최소한의 안전 대책 없이 훈련병의 통행로 위로 화살을 쏜 건 훈련병의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다”고 밝혔다.

육군훈련소에선 지난해 9월 각개 전투 훈련 때 안전 대책 없이 공중폭발 모의탄을 발사해 훈련병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정당한 조사와 조치가 없어 최근 인권위로부터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권고받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유사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을 침해한 행위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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