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 연휴, 성형외과 즐거운 비명.."김밥 한줄 먹고 자정까지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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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형외과가 추석 대목을 잡기 위해 연휴 기간 수술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가격 할인 등의 이벤트를 내걸었다. [사진 해당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한 성형외과가 추석 대목을 잡기 위해 연휴 기간 수술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가격 할인 등의 이벤트를 내걸었다. [사진 해당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어제는 오전 10시 30분에 김밥 한 줄 먹고는 자정까지 수술했어요."

성형외과, 열흘 간 추석 특수에 환자 몰려 #새벽 3시까지 수술 환자 밀릴 정도 호황 # 연휴 3~7일 간 문 여는 성형외과 많아 #추석 전·후 2주 예약이 이미 다 찬 병원도 #저렴한 가격 내세운 성형 마케팅도 과열 #"의사 전문성 확인, 과대 광고 속지 말아야"

 29일 오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A성형외과의 최모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추석 연휴에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라는 얘기를 듣고는 실제로 예약이 얼마나 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기대 이상의 답이 나왔다. 성형외과의 추석 특수는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최 원장의 목소리는 어젯밤 늦게까지 수술을 한 탓인지 약간 잠겨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추석 대목'에 몰려드는 환자 덕에 피곤함을 잊은 듯했다.

 최 원장은 "성형외과 진료가 보통 저녁 7시면 끝나는데 오늘은 새벽 3시나 돼야 퇴근할 것 같다"며 "어제는 10분도 못 쉴 만큼 환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길게는 열흘까지 쉬는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형외과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긴 연휴 덕에 따로 휴가를 내지 않아도 수술받은 뒤 멍과 부기가 빠지는 회복 기간까지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중에는 추석 연휴 중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까지 문을 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영진 강남삼성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기획이사)은 "예약 환자가 많고 수술받은 환자의 상태를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추석 당일과 다음날(이틀)만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성형외과의 상담 실장은 "명절 특수라서 평소보다 예약이 2배 정도 많다"며 "수술받으면 실밥을 7~10일 사이에 뽑으므로 열흘이면 회복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 성형외과의 추석 연휴 일정. 10일 중 사흘만 휴진한다.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한 성형외과의 추석 연휴 일정. 10일 중 사흘만 휴진한다.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연휴 기간에는 보톡스·필러 같은 시술보다는 어느 정도 회복 기간이 필요한 눈·코 수술이 많다. 또 부모님의 주름을 펴주는 효도 성형 예약도 적지 않다.

 김모(53·여·서울 강남구)씨는 70대 어머니와 함께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어머니의 처진 눈꺼풀을 올리는 '상안검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지금 수술하면 추석 때 친척들과 만날 쯤엔 멍이나 붓기가 나아져있을 것"이라며 "추석에 뭘 해드릴까 고민하다 눈 처진 게 신경 쓰인다는 어머니 말을 듣고 성형수술을 해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술 예약 환자 중에는 직장인의 비중이 크다. 박병호 원진성형외과 원장은 "수술 한 티를 내고 싶어하지 않는 직장인의 예약이 많다"며 "휴가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한 두달 전에 예약한 환자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이모(서울 마포구)씨도 이번 연휴에 그간 미뤘던 성형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씨는 "이번주 일요일(2일)에 눈 뒷트임 수술을 한다"며 "평소엔 길게 휴가를 내기 어려운데 이번에 연휴가 길어서 한달 전에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성형외과가 추석 연휴에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상당수 성형외과가 추석 연휴에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성형 수술 환자가 몰리면서 아예 연휴 기간 예약이 마감된 성형외과도 있다. 대학생 김모(24·여)씨는 "귀걸이 때문에 귓볼이 찢어져서 추석 연휴 때 수술을 받고 싶어 3주 전부터 병원을 알아봤다"며 "하지만 이미 추석 전·후 2주는 예약이 꽉 찼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앞당겨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형 열기 속에 추석 대목을 잡으려는 병원들의 마케팅 경쟁도 전에 없이 치열하다. '부모님 주름 펴 드리는 효도 성형' '황금 연휴 완벽변신' '황금 연휴 200% 즐기는 성형' 등을 내세우며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추석 기간 가격을 내세워 환자를 끌어모으는 병원이 많다. 성형 수술을 결정할 땐 가격만 보지 말고 의사의 전문성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추석 기간 가격을 내세워 환자를 끌어모으는 병원이 많다. 성형 수술을 결정할 땐 가격만 보지 말고 의사의 전문성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마케팅이 과열되면 성형 수술 피해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하기 보다 병원의 할인 이벤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성급히 결정하기 쉽기 때문이다.

 박영진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기획이사)은  "성형 수술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외과 수술"이라며 "꼼꼼히 따져보고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형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발표한 ‘안전한 성형수술을 위한 5가지 수칙’을 살펴보는 게 좋다. [중앙포토]

성형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발표한 ‘안전한 성형수술을 위한 5가지 수칙’을 살펴보는 게 좋다. [중앙포토]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앞서 지난 20일 '안전성형 5계명'을 내놨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 광고만 보고 수술을 결심하지 말고 ▶담당 의사의 자격·경력·전문성을 확인하며 ▶드라마틱한 효과만 강조하는 가짜후기와 허위·과대 광고에 속지 말고▶불법의료행위로 처벌받은 병원은 가지 말며 ▶수술 전과 후의 주의사항을 잘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민영·하준호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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