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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분식점 사장이 그려가는 사랑의 실천 '큰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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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낮 서울 관악구 상도2동의 한 분식 전문점 앞에는 노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었다. 잠시 후 이들은 분식점에서 무료로 제공한 점심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얌샘김밥 장승배기점, 어르신들에게 무료식사…내년엔 규모 키울 계획

이날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 주인공은 얌샘김밥 장승배기점을 운영중인 오지수 사장. 오 사장은 이날 모인 어르신들에게 얌샘김밥의 인기 메뉴인 차돌된장과 돈까스를 비롯해 별도로 준비한 잡채와 다과를 대접했다.

이번 어르신 무료 배식 행사는 오 사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 주민센터와 얌샘김밥 본사가 행사에 도움을 주면서 원활히 진행됐다. 지역 주민센터는 어르신들의 신청을 받아주고 얌샘김밥의 가맹 본사는 기념품(머그컵)과 식자재(차돌된장)를 지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열 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오 사장은 얼마 전까지 노량진에서 운영하던 대형 장어구이 매장을 정리하고 이 곳에 얌샘김밥 가맹점을 열었다.

20년 이상 사업을 해오면서 오 사장은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과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노량진에서 사업을 하던 기간 중에도 그는 노량진의 고시생들에게 반찬을 포장해주는 등의 활동으로 지역민들에게 선행을 베풀기도 했다.

오 사장은 현재도 노량진 복지협의회 위원으로서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주 2회 봉사활동을 빼먹는 일이 없다.

“평소 내가 가진걸 나누고 어려운 이들에게 봉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 행사도 제가 이 지역에서 지역 분들의 도움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제가 버는 돈의 일부를 이 지역 사회에 돌려주고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이가 셋인데 그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인 면이나 여러 면에서 좋은 일이라고도 생각했죠. 아이들의 아빠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매장을 찾은 오상봉 상도2동장은 “경기가 어려울 때에 이렇게 선행을 베푸는 주민들이 있어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오 사장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한 어르신 역시 “여기는 동네가 원래 판자촌이어서 지역주민들의 후원이 거의 없는 편인데, 여기 점주 분이 이 동네 정말 귀한 사람”이라며 고마워 했다.

오 사장은 내년에 펼칠 더 큰 사랑의 실천에 대한 구상도 살짝 공개했다.
“이 지역이 재개발로 인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그 뒤편으로는 아직도 어렵게 사시는 어르신 분들이 많아요. 내년에는 혼자 사시거나 어린 손자를 키우면서 어렵게 사시는 어르신 분들을 위해서 분기별로 생일파티를 열어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분식점. 하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피어 오르는 사랑의 기운은 가늠하기 쉽지 않을 만큼 크고 넓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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