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 논란에도…' 현대건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따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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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 등을 위한 총회가 열리고 있다. [황의영 기자]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 등을 위한 총회가 열리고 있다. [황의영 기자]

"시공사는 기호 2번 현대건설로 결정됐습니다,"

조합원 투표서 GS건설 눌러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탈바꿈 #조합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 계획"

최근 건설사들의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화제가 됐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추후 압구정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투표 끝에 현대건설에 건설공사를 맡기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조합원 투표자 2294표 중 1295표를 확보해 886표를 얻은 GS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따냈다. 여기엔 전날 진행된 부재자 투표 결과도 합산됐다.

현대건설은 이 아파트를 지상 최고 35층 5388가구(전용 59~212㎡) 규모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총 공사비는 2조6000억원대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다져온 '건설 명가'라는 명성과 탄탄한 재무 구조 덕분에 수주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사비 무상 지원' 논란에 빠지며 판세가 미궁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부채비율 118%(6월 말 기준)로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낮고,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쌓아온 평판 덕분에 시공권을 따낼 수 있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포1단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인 데다 한강과 맞닿은 '알짜 입지'를 갖춰 두 건설사 모두 치열한 수주전을 펼쳤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지난 21일 1차 합동 설명회에 이어 이날도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투시도. [사진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제시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투시도. [사진 현대건설]

특히 '이사비 무상 지원' 논란에 대한 신경전이 막판까지 일었다. 정 사장은 "조합이 이사비 지원 항목을 삭제했지만, 현대건설을 선택해 주신다면 인허가 기관과 협조해 이익을 조합에 돌려주는 방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일 입찰 때 조합원에게 이사비로 7000만원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가 국토교통부가 관련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자 철회했다.

이에 임 사장은 "국토부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는데도 (현대건설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장은 각각 사업내용을 설명한 뒤 체육관을 매운 1000여명의 조합원을 향해 큰절까지 했다.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하면서 현대건설은 향후 강남구 압구정동 등 다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시공사 선정 직후 "공동시행사업자로서 조합과 함께 모든 제반 협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현대건설 70년의 경험과 기술력,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해 '100년 주거 명작'을 선보이고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이끄는 본보기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조만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12월 중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이번 수주전에서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이느라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GS건설이 조합이나 현대건설을 상대로 입찰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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