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줄 죄기 나선 미 재무부가 제재한 북한 은행은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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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산하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6일(현지시간) 북한 은행 8곳을 제재리스트에 올렸다. 또 해외에서 북한 은행업무를 하고 있는 26명에 대한 개인 제재 대상자도 발표했다.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만3810호의 후속조치로,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모든 미국인과 기업들은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은행들과 거래를 할 수 없으며, 이들과 거래하는 다른 금융기관들도 미국의 금융망에 연결할 수 없다. 사실상 제재 대상이 된 북한 은행들은 국제 금융 거래망에서 퇴출된 셈이다.

미 재부무가 9월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대북 제재 은행 리스트.[재무부 홈페이지 캡쳐]

미 재부무가 9월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대북 제재 은행 리스트.[재무부 홈페이지 캡쳐]

제재 명단에 오른 은행은 ‘농업개발은행’, ‘제일신용은행’, ‘하나은행’, ‘국제산업개발은행’, ‘진명합작은행’, ‘진성합작은행’, ‘고려상업은행’, ‘류경상업은행’ 등 8곳이다. 이 가운데 ‘제일신용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지난달 미국 하원 의원들이 재무부에 제재를 요구하는 서한에 포함됐다. 제일신용은행은 북한이 싱가포르와 50년 간 계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는 합작은행으로 북한 내에서도 유로나 달러 등 외화로만 입출금이 이뤄지는 외화전문 은행이다. 또 고려상업은행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대외 결제를 담당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대외 외화거래 은행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으로 외화가 유입되거나 해외 결제를 막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차단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로 전용할 수 없도록 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일신용은행, 고려상업은행 등 외화전문 거래 은행 #중국과 합작해 새로 생긴 은행들도 포함 #북한의 외환 거래 막아 김정은 주머니, 핵 미사일 개발 돈줄 막겠다는 취지

평양 중구역(한국의 구) 만수동의 조선중앙은행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 농업개발은행의 경우 북한이 2009년 외자유치를 통한 대내 투자를 위해 설립한 국가개발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중인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평양 평천구역 정평동에 위치한 국제산업개발은행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북한의 개발을 위한 대북투자, 돈세탁 등 외환거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국제산업개발은행, 진명합작은행, 진성합작은행, 류경상업은행 등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은행들이다. 재무무는 이날 제재리스트를 공개하며 은행의 주소지까지 적시했지만 진성ㆍ진명 합작은행, 류경상업은행 등은 북한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소재지를 밝히지 않았다. 조봉현 IBK연구소 부소장은 “진성합작은행과 진명합작은행은 중국과 합작형태로 세운 은행으로 보인다”며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거세지자 북한이 이름을 바꿔 새로 만든 은행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기존의 은행들이 제재를 받자 이름을 바꿨을 수도 있다”며 “미국 국내법에 따라 수시로 제재대상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새로 생기거나 이름을 바꾼 은행들을 추적해 제재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새로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 가운데는 기존 제재대상에 올라있는 ‘무역은행’ 관계자가 8명으로 가장 많다. 조선대성은행과 조선금강그룹은행이 각 4명, 조선통일개발은행 3명, 일심국제은행과 제일신용은행 각 2명, 하나은행ㆍ류경상업은행이 각 1명씩이다. 무역은행 관계자중 중국 심양지점장인 김동철과 김철만과 중국 주하이 지점의 이천환, 리비아 수석 대표 구자형 등은 해외에 있는 북한 특수기관과 정찰 총국 요원과 관련된 은행에 송금을 전담했다고 한다.

또 조선금강그룹은행 관련 북한 국적자 4명 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점의 곽종철과 염휘봉은 중동 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임금을 북한으로 보내는 일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대성은행 관계자 4명인 박문일과 노동당의 외화벌이 전담 부서인 노동당 39호실의 김상호는 중국 연길에서 활동 중이다. 미국은 이들의 이름은 물론 여권번호 등 인적사항까지 공개하면서 이들의 활동 차단에 나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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