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적은 아빠 육아휴직 더 못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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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남성 중 월급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20%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러스트=강일구]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남성 중 월급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20%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러스트=강일구]

정부가 아빠의 육아휴직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임금이 낮을수록 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이 200만원 안 되는 남성 육아휴직자는 약 20%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적용되는 것이다.

아빠 육아휴직 이용도 빈익빈 부익부 #월급 200만원 넘는 아빠가 많이 이용 #200만원 미만 근로자는 20%뿐 #신보라 의원 "저소득층 아빠 육아 어려워" #정부,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 40%→80% 상향 #전문가 "휴직제도는 정규직 위주, 양극화 우려" #"소득분위별 차등지급 등 정책 보조 고민해야"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남성 7616명 중 월급 200만원 미만 저임금 근로자는 22.8%(1775명)였다. 2017년 1~6월 이용자 5101명 중에는 20.11%(1030명)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등을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을 가도록 해서 육아휴직을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며 "부처 별로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15년 4872명에서 2016년 7616명으로 늘었다. 월 소득 200만원 이상 남성 육아휴직자는 3537명에서 5841명으로 65%가 늘었지만, 200만원 미만은 1335명에서 1775명으로 32% 증가에 그쳤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27.3%→22.8%)했다.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이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으로 낮아 임금이 적을수록 가장이 육아휴직을 가기로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신보라 의원실 측은 “저임금 직장일수록 규모가 작아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사내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단순히 급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 1일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80%(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으로 올렸다. 둘째 아이 육아휴직자는 최초 3개월간 상한액이 200만원이다.

신 의원실 측은 “육아휴직 급여를 두 배로 올리면 고임금자의 이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소득 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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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의 장지연 박사도 육아휴직 제도의 역진성을 경계했다. 장 박사는 지난 4월 한국사회보장학회 대선 공약 토론회에서 “육아휴직 제도는 공공기관·대기업 근로자 위주다.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을 늘리면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가정만 혜택을 봐 양극화가 심화된다. 내는 돈에 비해 가져가는 돈이 너무 많은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보라 의원은 “엄마의 육아부담을 아빠가 분담하고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하려면 저소득 아빠 육아휴직이 어려운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며 “아빠의 육아휴직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저임금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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