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대북 독자제재 반대” 일선 은행은 북한과 신규 거래 제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 및 기업들에 대한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규정한 미국의 새 행정명령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기존 제재 결의의) 틀에서 벗어난 독자제재에 대해 줄곧 반대해 왔다”면서 “이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 대비 선제조치

루 대변인은 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북한과 신규 거래를 중단하도록 일선 은행에 통보한 것이 중국의 독자제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핵 프로그램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 정확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말하며 구체적 답변은 회피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인민은행이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고 대출 규모도 줄일 것을 일선 은행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은 예견돼 오던 것이다.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을 포함한 자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주된 적용 대상으로 삼는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로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의 은행들이 미국 재무부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면 국제 금융거래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중은행인 중국 공상은행 등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되면 현재 규제를 받고 있는 단둥은행 등 소규모 지방은행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관련기사

하지만 중국의 내심은 더욱 곤혹스럽다. 미국의 행정명령을 찬성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대응책은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의 지시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실제로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거래 제한에 나선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중국 은행들이 최근 북한 기업이나 북한 국적자들에 대해 신규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며 “기존 계좌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은행들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취하는 개별 조치라면 “안보리 범위를 벗어난 독자제재는 취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모순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