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행안부 '아재' 장관이 고무장갑에 앞치마 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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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설날 같은 명절이면 익숙한 풍경이 있다. 남자들은 화투를 치고 여자들은 전을 부치거나 설거지를 한다. 예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성보단 여성들의 손에 물이 묻는 경우가 흔하다. 차례상을 차리는 것부터 뒷정리하기까지 '성 평등'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성 장관 5명 나선 '성 평등 추석' 캠페인 영상 #부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명절 문화 강조 #수세미 든 김영춘 장관 "서로 돕고 함께 즐겨야" #김동연 부총리 "어머니, 아내에게 잘 해주세요"

  이러한 한가위 풍경을 바꾸기 위해 정부 부처 장관들이 직접 나섰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고무장갑을 끼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앞치마를 하는 식이다. 여성가족부는 부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명절 문화 정착을 위해 '가족과 함께 하는 성 평등한 추석 명절 캠페인'을 펼친다고 22일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 차례상 차리기를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여가부는 이번 추석에 성 평등한 명절을 실천하자고 강조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추석을 앞두고 전통 차례상 차리기를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여가부는 이번 추석에 성 평등한 명절을 실천하자고 강조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이날 여가부가 공개한 50초 분량의 캠페인 영상에는 여성인 정현백 여가부 장관과 함께 김동연(기획재정부), 유영민(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부겸(행정안전부),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김영춘(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의 남성 장관이 등장한다.

  한가위를 맞이해 중년 남성 장관들은 딱딱한 양복 차림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서로 돕고 함께 즐기는 명절로 가족의 사랑 키우세요." 

  김영춘 장관은 직접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한 채 수세미를 들었다. 역시 앞치마를 하고 오븐용 장갑을 낀 김부겸 장관은 웃으며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정도 나누시고 안전도 잊지 마세요. 힘껏 응원합니다."

전과 생선 구이 등 명절 음식은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차례상을 차리는 것부터 뒷정리를 하기까지 '여성'들의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중앙포토]

전과 생선 구이 등 명절 음식은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차례상을 차리는 것부터 뒷정리를 하기까지 '여성'들의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중앙포토]

  장구를 들고나온 도종환 장관은 "이번 한가위에는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사랑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세요"라고 강조한다. 경제를 책임지는 김동연 부총리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여성'의 힘을 내세운다.

"이번 한가위 때는 어머니, 아내, 며느리들에게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경제의 힘, 바로 가족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추석 차례 준비는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추석 차례 준비는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여가부는 이번 추석에 세 가지 실천 약속을 당부했다. ▶추석 먹거리는 온 가족이 같이 만들고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사랑해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라고 마음을 표현하고 ▶오순도순 둘러앉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자는 것이다. 가사 활동과 아이 돌봄 등이 여성에게 온전히 떠맡겨지지 않는 대신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쉬는 ‘성 평등’한 명절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번에 6개 부처 장관들이 출연한 동영상은 KTX·SRT 등 고속철도 객차 모니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된다. 이와 함께 여가부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총 150여 개의 명절 가족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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