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멕시코서 또 7.1 강진 … 한인 남성 1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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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박상욱 기자

19일 지진으로 무너진 멕시코시티의 한 건물에서 주민들과 경찰·군인·소방대원 등이 합심해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AFP=연합뉴스]

“소돔과 고모라 같네요. 신이 우리에게 화가 났나 봅니다.”

32년 전 겪은 대지진 추모일에 참사 #고층 빌딩 많은 멕시코시티 강타 #초등생 21명 등 최소 200명 숨져 #매몰자 많아 사망자 계속 늘어날 듯

멕시코 강진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돕던 공무원 호르헤 오르티스 디아스(66)가 눈물을 글썽이며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말했다.

19일(현지시간) 오후 1시 14분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3㎞ 떨어진 푸에블라주 라보소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진앙의 깊이는 51㎞ 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발생한 규모 8.1 강진 이후 12일 만이다. 이날은 무려 1만 명의 사상자를 낸 1985년 멕시코 대지진 발생 32년째 추모일이기도 했다. 추도식이 열리던 날, 추모할 겨를도 없이 같은 재난이 반복된 것이다.

사망자 수는 집계가 다소 오락가락 하지만 200명을 넘어섰다. 루이프 펠리페 푸엔테 멕시코 국립시민보호청장은 사망자가 248명이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가 217명까지 집계됐다고 정정했다. 매몰된 이들이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시티 초등학교에선 어린이 21명이 숨지기도 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최소 100명에서 최대 1000명의 인명 피해와 1억 ~ 10억 달러 재산 피해를 예상했다.

이번 지진으로 교민 1명도 숨졌다. 외교부는 멕시코시티의 한 건물이 붕괴되면서 이 건물에 있던 이모(41) 씨가 연락 두절돼 수소문하던 중 현지 부검소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주멕시코대사관은 교민 피해가 더 있는지 현재 조사 중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당일 오전 1985년 대지진 추도식에 참석한 뒤 7일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오악사카주로 향하다 황급히 멕시코시티로 비행기를 돌렸다. 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응급서비스를 발동시켰다. 트위터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가스·전기를 차단하라”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피해 지역에선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돼 무너진 건물속 매몰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지진으로 인해 380만명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수색·구조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살아남은 시민들은 맨손으로 생존자 구조에 힘을 모으고 있다.

7일 지진의 진앙은 멕시코시티와 1000㎞ 가량 떨어져 있었다. 이번엔 그때 보다 북서쪽으로 400~500㎞ 떨어진 곳이고, 규모는 조금 덜하지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와 가까워 체감하는 피해는 더 커졌다. 두 지진 모두 판과 판이 맞닿은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놓여있다. 특히 북미판과 코코스판, 태평양판 등 3개의 지각판이 만나 서로 밀어대거나 충돌하면서 지진이 빈발한다.

이경희·박상욱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