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우박'에 수확 앞둔 농작물 우수수…전국 곳곳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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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 피해를 입은 경북 문경의 한 사과 농가의 사과. 흠집이 나 있다. [사진 경북도]

우박 피해를 입은 경북 문경의 한 사과 농가의 사과. 흠집이 나 있다. [사진 경북도]

경북과 충청, 강원 등 전국에 때 아닌 우박으로 피해가 잇따랐다. 자치단체들은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우박 피해 규모 등을 확인 중이다.

경북은 사과·콩 농장 등 1159㏊ 피해 잠점 집계 #사과 뿐 아니라 오미자까지 흠집, 농민들 울상 #충청도에선 열차가 한때 중단 되는 일도 발생

우박은 지난 19일 정오쯤부터 오후 5시10분 사이 수도권을 시작으로 남하하면서 비와 함께 쏟아졌다. 지역별로 적게는 3분 많게는 40여분간 지름 2~3cm 크기의 우박이 내렸다.

때아닌 우박으로 추석을 앞둔 수확 철 과수 등 농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경북은 안동, 문경, 예천, 청송 등 북부지역에 우박 피해가 집중됐다. 배추·사과·콩·호박·오미자 등에 구멍이 나거나 흠집이 생겼다.

경북도가 1차 피해를 조사한 결과 농작물 1159㏊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사과가 960㏊로 가장 많았다. 콩(150㏊)과 호박(20㏊)이 뒤를 이었다. 오미자(6㏊)도 상당수 피해를 봤다.

문경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정수(62)씨는 "우박이 쏟아져 아직 따지 않은 사과가 푹푹 파였다. 60% 정도는 사과 등급이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며 "추석을 거꾸로 보낼 판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박. [중앙포토]

우박. [중앙포토]

피해 면적은 안동이 600㏊로 가장 컸다. 문경(471㏊)도 피해가 상당했다. 경북도와 시·군은 20일부터 공무원을 우박이 내린 곳에 보내 피해 규모를 집중 조사 중이다.

경북도는 특별영농비로 1㏊ 피해당 100만 원을 농가에 지원할 예정이다. 피해 사과도 협의 후 사들이기로 했다.

충북에서도 농작물 우박 피해가 컸다. 충주 대소원면을 비롯한 21개 읍ㆍ면ㆍ동에 내린 우박으로 92개 농가 68.8㏊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우박으로 인해 상추에 구멍이 나거나 사과에 흠집이 생기는 등 작물 피해가 있었다. 사과농가 57곳(46.8㏊), 상추 8개 농가(1.75㏊), 나머지 27개 농가는 20.25㏊ 규모로 피해가 잠정 집계됐다.

충주시의 한 사과농가에 있는 우박 피해 사과.[사진 독자제공]

충주시의 한 사과농가에 있는 우박 피해 사과.[사진 독자제공]

우박이 쏟아진 19일 오후 2시26분쯤 충주시 대소원면 만정리 철길에 수목이 전도되면서 충북선 운행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주택과 창고 지붕 파손도 3건 접수된 상태다.

충주시 중앙탑면 창동마을 김창섭(62) 작목반장은 "과수원 3500평(1만1550㎡) 중 80%가 우박 피해를 입었다"며 "겉에 흠집이 생긴 것도 문제지만 우박을 맞아 속에서 곪은 사과 피해도 있어 피해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마을 작목반은 주민 30명이 45㏊ 규모의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이번 우박 피해로 각 가정마다 70~80%의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 춘천에서도 골프공만한 우박이 떨어져 과수와 채소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춘천시 신북읍과 동면 일대의 경우 배추밭 등이 초토화됐다.

춘천 시내에 떨어져 있는 우박.[사진 독자제공]

춘천 시내에 떨어져 있는 우박.[사진 독자제공]

윤기주 지내3리 이장은 “비닐하우스 곳곳에 구멍이 뚫려 수확인 한창인 방울토마토가 피해를 봤다. 축사 지붕도 폭탄을 맞은 것처럼 구멍이 펑 뚫렸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춘천ㆍ홍천ㆍ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고성 등 7개 시ㆍ군에서만 665㏊에 달하는 배추와 사과ㆍ오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원도는 긴급복구비를 2억원 지원하기로 했다.

안동·충주·춘천=김윤호·최종권·박진호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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