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퍼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방안 미흡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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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독립적으로 갖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 권고안을 어제 발표했다.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사법·입법의 고위 공직자가 망라됐고, 이들의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범죄가 포함됐다. 권한도 막강하다. 검찰과 경찰보다 위에 군림하도록 ‘우선 수사권’이 보장된다. 기존 수사기관은 고위 공직자 수사 착수 시 공수처에 통지해야 하며, 수사가 겹치면 공수처에 넘기도록 했다. 검사 50명과 수사관 70명 등 수사 인원만 최대 120명을 둘 수 있어 예상을 뛰어넘는 ‘수퍼 공수처’가 탄생하는 셈이다.

권고안대로라면 기존 검찰 중심의 수사 체계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검찰은 지금까지 직접 수사와 경찰 수사 지휘, 영장 청구권, 기소와 공소 유지를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다. 검찰의 정치화와 권력화는 이런 비대한 권한에서 비롯됐다. 공수처 신설은 부패로 얼룩지고 국민적 불신을 받게 된 검찰을 견제할 새로운 수사기구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할 경우 이를 견제할 구체적 수단이 빠져 있다. 공수처 권고 법안 14조에는 ‘공수처장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고 했지만 ‘수사·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면 불출석할 수 있다. 3년 단임제로 정한 처장 임기를 어떻게 보장할지도 모르겠다. 정권 교체기에는 검찰총장은 말할 것도 없고 임기가 보장된 정부 기관의 책임자들이 자의반 타의반 쫓겨나는 현실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공수처 논의의 출발점은 ‘정치 수사’를 하는 검찰의 일탈을 막자는 취지였다.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의 상징처럼 됐다고 무작정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공수처의 권한 남용을 막고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더 확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