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당의 친박 청산, 아직 한참 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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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의원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국정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전횡을 부린 나머지 친박계 의원들에 대해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물러섰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염두에 둔 ‘박근혜와의 절연’이지만 만시지탄인 데다 국민 눈높이에 훨씬 못 미치는 눈가림용 쇄신이다.

우선 이 정도 수준의 개혁으로 한국당이 보수 진영 통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바른정당은 그동안 윤상현·홍문종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 8명의 인적 청산을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꼽아 왔다. 그나마 이 정도의 인적 혁신안에도 친박계 의원들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당에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사실상 ‘박근혜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고 쇄신과 혁신을 다짐한 게 반년 전이다. 아직도 친박·비박으로 갈려 다투는 당 지배 구조와 인적 구성이라면 스스로 내걸었던 ‘미래 정당’은 도대체 언제나 가능할는지 모를 일이다.

‘당명 빼곤 바뀐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당으로선 ‘보수 본류’의 위상을 회복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입으로만 친박 패권 청산을 외칠 뿐 실제론 친박 세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냉철한 현실 인식이 출발점이다. 여기에 기반해 말로만의 기득권 철폐가 아니라 실천으로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권력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부패한 기득권에 집착하는 패거리 정치를 털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친박 패권에 대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양쪽 날개로 날아가려면 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한국당의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