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여있던 마광수 저작, 별세 이후 잘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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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출판사가 1992년 재출간한 『즐거운 사라』

청하출판사가 1992년 재출간한 『즐거운 사라』

지난 5일 숨진 마광수(1951∼2017) 소설가(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남아 있는 작품들의 몸값이 뛰고 있다. 액면가 수천 원대의 과거 소설이 10만원 넘게 거래된다. 옥션(www.auction.co.kr) 중고책 검색창에 마광수 작가의 대표작 제목 '즐거운 사라'를 쳐넣으면 '즐거운 사라.1권.(구하기힘든 세월의 소설)'이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이 소설책의 판매가가 12만원인 것으로 나타난다. 12만원짜리 매물이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이 몇 년에 출간된 판본인지는 옥션 사이트의 정보로는 불분명하다. 1991년 첫 출간된 정가가 4300원인 판본은 중고책 시세가 25만원, 92년 재출간된 청하출판사의 정가 5800원짜리 판본은 5만~10만원 대에 거래된다는 얘기도 있다.
 1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사망 전까지 마광수 작가의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시중에는 그의 저작 50여 종이 나와 있다. 하지만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교보문고에서 800부 넘게 팔렸다. 시 세계를 정리한 선집 『마광수 시선』(페이퍼로드),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개정판(북리뷰),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개정판(책읽는귀족) 등이 많이 팔렸다. 고인의 연구서 『윤동주 연구』(철학과현실사), 내용을 많이 바꾼 개정판 소설 『2013 즐거운 사라』(책읽는귀족)도 많이 팔렸다.

중고가 10만원 웃돌아…『즐거운 사라』 재출간되면 제재 가능성

 구매자 연령대로는 30대가 30.0%로 가장 많았고 남성(62.6%) 구매자가 여성(37.4%)을 앞섰다.

11일 오전 기준 『2013 즐거운 사라』는 교보문고 도서 판매 사이트에서 품절 상태다. [사진 해당 사이트 캡처]

11일 오전 기준 『2013 즐거운 사라』는 교보문고 도서 판매 사이트에서 품절 상태다. [사진 해당 사이트 캡처]

 출판계에 따르면 출판물은 사전허가제가 아닌 만큼 마광수 작가의 대표작 『즐거운 사라』는 재출간이 가능하다. 하지만 95년 대법원이 음란물로 규정한 만큼 사법·행정 당국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작품을 재심의해 유해매체물이 아니라고 판정한다면 이론적으로 '음란물' 딱지를 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간행물윤리위는 과거 심의 결과를 뒤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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