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개발자 팔짱 끼고 격려 … 황병서는 별셋 핵연구소장에 경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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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가기념일인 정권수립 69주년 행사보다 지난 3일 실시한 핵실험 성공을 앞세우고 있다.

김, 정권수립 행사 안 가고 축하연 #안보리 표결 의식 추가 도발 안 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공화국(북한) 창건 69돐(돌) 경축연회가 9일 옥류관에서 진행됐다”고 10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박봉주(내각 총리)를 비롯한 당과 국가, 군대의 책임일군(일꾼)들과 무력기관·내각·근로단체·성·중앙기관 일군들, 공로자들이 연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정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곳에 가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은 부인인 이설주와 함께 핵실험 관계자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홍승무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핵무기 개발 담당) 등 6차 핵실험 관계자들을 위한 축하공연을 함께 본 뒤 축하연회를 열었다. 전체 6면을 발행하는 노동신문은 축하공연과 연회 소식을 1~4면에 할애하고, 정권수립기념일 행사는 5면에 배치했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 핵실험 성공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매년 전날이나 당일 진행했던 정권수립 기념일 중앙보고대회도 처음 생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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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의 손을 꼭 잡고 공연장에 입장했고, 공연을 마치고는 홍 부부장, 이홍섭 핵무기연구소장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면서 환한 웃음을 짓는 등 핵 개발 과학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또 군부 서열 1위인 황병서(차수)가 상장(별 3개)인 이홍섭 핵무기연구소 소장에게 깍듯하게 거수경례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날 한국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이벤트성’ 추가 도발은 없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정권수립일 등을 계기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정권수립기념일에 핵실험 관련 공연과 연회를 대대적으로 한 건 추가로 핵실험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가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축하 분위기를 이어가며 국제사회의 정세를 주시한 뒤 추가 도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추가 도발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11일(미국 현지시간)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표결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김정은은 9일 축하연회에서 “수소탄 폭음(6차 핵실험)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루어 낸 조선인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자위적 핵억제력을 튼튼히 다져 나가기 위한 과학연구사업을 더 야심 차게 벌여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지속적인 위협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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