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에 침묵 지키는 청와대…중국 보복에 대응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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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사실상 배치 완료된지 하루가 지난 8일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는 중국과의 관계, 국내의 반대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청와대가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해서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과거 발언을 설명하며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미 대선 후보 시절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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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실제 지난 4월 19일 두 번째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사드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만약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다음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해 질 것이고,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이 심화돼서 체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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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시절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뜻도 담겨 있었다.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열렸던 한ㆍ중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에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이 사드 배치 과정을 생중계하는 등 오히려 방어적 차원의 사드를 마치 북핵 문제와 동격으로 놓는 듯한 모양새까지 취하고 있다.

청와대로선 그런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청와대는 북한 핵실험 직후부터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 통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6일 “통화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중국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나온 이후 별다른 기별이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도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10월 18일에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문 대통령이 중국에 가기 힘들 것”이라 말했다. 청와대에선 당 대회가 끝난 뒤 겨울이 오기 전에 중국에서 한ㆍ중 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후폭풍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떻게든 중국의 경제 보복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한ㆍ중 간 대화 채널이 사실상 꽉 막혀 있는 상태여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 당시 참석자들은 중국이 대놓고 보복을 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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