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수소 액체로 바꾸면 효율 좋은데 … 영하 253도까지 내리는 게 숙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수소는 궁극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생산만큼이나 저장이 쉽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는, 즉 끓어오르는 온도가 영하 253도에 이르며, 어떤 원소보다 가벼워 상온(常溫)·상압(常壓) 상태에서는 밀도가 낮다. 따라서 수소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별도의 장소까지 수송하거나 연료 등으로 쓰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과 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수소를 상온에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부피가 너무 커져 도시가스 파이프라인과 같은 거대한 인프라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액화 기술 확보 상당히 까다로워 #일부 선진국 보유 … 한국은 초보

수소연료전기차 용도로 쓰려면 더 큰 어려움이 있다. 기체 상태의 수소 부피를 가능한 한 작게 줄여 밀도를 높일 수 있어야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소를 저장하는 방법은 고압탱크를 이용하는 것이다. 초고압에서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게 튼튼한 수소탱크를 만들면 되지만, 그럴수록 탱크가 무거워져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투싼에 들어가는 수소저장탱크는 700기압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덕분에 1회 충전 때 총

5.64㎏ 무게의 수소를 채울 수 있다. 이를 통한 총주행거리는 약 594㎞에 달한다. 탱크는 무게를 줄이고 강성은 유지하기 위해 알루미늄 위에 카본섬유로 둘러쌌다. 덕분에 심각한 충돌이나 화재에도 탱크가 폭발하는 경우가 없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수소를 저장하는 또 다른 방법은 수소 기체를 액체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밀도가 800배나 높아져 연료로서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수소액화 기술은 미국·일본 등 일부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어려운 기술이다. 언뜻 생각하면 압력만 높이면 특정 단계에서 액화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수소는 상온에서는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액체로 바뀌지 않는다. 기체가 액체로 바뀌기 위해서는 물질마다 특정한 온도조건, 즉 임계온도(critical temperature)가 필요하다. 임계온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압력을 아무리 가해도 액체가 되지 않는다. 수소의 경우 임계온도가 영하 240도에 달한다. 통상 수소를 액화할 때는 압력을 높인 다음 열교환기를 통해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쓴다.

우주 강국인 미국은 우주 로켓의 연료로 액화수소를 주로 쓴다. 로켓 발사 장면을 잘 보면 발사 직전 연료탱크 주변이 냉동실 문을 연 것처럼 김이 피어오르고, 얼음덩어리들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영하 253도에 달하는 초저온의 액화수소가 연료탱크에 주입되면서 탱크 외벽의 온도가 떨어지고 주위의 습기가 얼어붙어 생기는 현상이다. 액체수소는 현존하는 로켓 연료 중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다.

한국은 아직 액화수소 저장 기술이 초보 단계다. 현재 미국·러시아 등 세계 7개국 정도만 액체수소 추진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나로호와 한국형발사체(KSLV)에 들어가는 연료조차도 등유를 쓴다. 등유는 에너지 밀도가 액화수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액화수소 전문 에너지 기술기업인 메타비스타의 백종훈 대표는 “액체수소 기술은 생산된 수소를 대량 이송하고 저장할 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며 “수소 인프라 구축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소에너지 패러다임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