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보험 ‘발명자’ 대산, 300만 명 학비 걱정 덜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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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건축가 마리오 보타(왼쪽)와 강남 교보타워 설계를의논 중인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사진 교보생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왼쪽)와 강남 교보타워 설계를의논 중인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사진 교보생명]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탄생 100년 맞아 재조명 작업 활발 #인재 키워 자립 경제의 토대 구축 #학술대상 제정해 지식산업도 지원

교보생명 창립자인 대산(大山) 신용호 전 회장의 전기 제목이다. 고은 시인의 시 ‘길’에서 따왔다.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만들고, 한국의 대표서점인 교보문고를 세운 그의 삶은 미답의 땅에 길을 놓는 과정이었다. 그 발자취는 역사가 됐다. 이 역사를 되짚는 자리가 마련된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첫 시작은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다. 14일에는 ‘대산의 교육이념과 미래 교육 방향’을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와 서초구 교보타워에서는 28일까지 기념사진전이 진행된다.

그의 삶은 사람을 키우는 일로 집약된다. 기업가로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우수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민족 자본을 형성해 경제 자립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큰 뜻을 품었다. 58년 대한교육보험을 설립하고 내놓은 교육보험이 그 산물이었다. 자녀의 교육자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이 상품을 통해 30년간 300만 명의 학생이 학자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83년에는 교육보험으로 세계보험협회(IIS)가 주는 ‘세계보험대상’을 받았다.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계보험협회는 그의 이름을 딴 학술대상도 제정했다.

한국 지식 산업 발전을 위한 주춧돌도 쌓았다. 81년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교보문고가 대표적이다. 전국에 24개 매장으로 늘어난 교보문고를 찾는 방문객 수는 연간 5000만 명에 이른다.

사회 환원에도 앞장서 대산문화재단과 교보교육재단, 대산농촌재단 등 설립했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문학 번역 지원 사업으로 한국 문학의 국제화에 기여했다.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영국 출판도 그 덕에 가능했다. 국내 유일의 민간 유소년 전국 종합체육대회로 85년 시작된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는 김연아(피겨)와 박태환(수영) 등이 한국 스포츠의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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