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두 차례나 칭찬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양극화 해소의 방안으로 ‘지대 개혁’을 거론하면서다. 추 대표는 6일 “1950년 농지개혁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승만 정부는 조봉암 농림부 장관의 주도 하에 농지개혁을 단행했고 당시 65%에 달하던 소작농이 자작농으로 신분이 상승하게 돼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농지개혁에서 발생된 국가적 에너지는 내 땅을 지키고 내 나라를 지키겠다는 기운으로 이어져 온 국민이 하나가 돼 6ㆍ25 전쟁에서 목숨 바치며 나라를 지키는 주요한 동인이 됐고, 60~70년대 눈부신 경제성장의 기폭제가 됐다”고도 했다. 이 대목으로만 보면 이승만 예찬론을 방불케 한다.
4일 연설 이어 6일 당 회의서도 ‘이승만’ 언급 #“소작료보다 무서운 임대료 때문에 국민 삶 피폐” #이승만ㆍ조봉암처럼 좌우 떠나 지대개혁 주장
양극화의 근본 원인으로 토지 제도를 꼽으면서 이승만 정부 당시의 농지개혁을 좋은 사례로 든 것이다. 추 대표는 “(농지개혁에선)2017년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강렬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며 “비싼 임대료 탓에 버티기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월급을 아무리 아껴 써도 내 집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이 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1년 내내 농사지어도 소작료 내고 나면 보릿고개 넘길 양식도 남기기 어려웠던 시절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1949년 6월 제정된 ‘농지개혁법’은 농지를 농민에게 분배해 농가의 자립과 농업생산력 증진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른바 유상몰수ㆍ유상분배를 기초로 한 이 법은 당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지주와 소작인 간 분쟁 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은 진보성향의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기용해 농지개혁법을 추진했다.
추 대표는 이틀 전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지대개혁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승만 정부의)농지개혁은 성공했으나 지금은 소작료보다 더 무서운 임대료 때문에 국민의 삶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하나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6년 임금인상률은 겨우 3.3%인데 임대료는 3배가 넘는 10% 이상씩 올랐다”며 한국 경제가 ‘지대 추구의 덫’에 걸려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제가 예를 든 1950년의 농지개혁은 이승만 대통령과 조봉암 농림부장관이 함께 이뤄낸 것”이라며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만이 한국 경제의 살 길이라고 동의한다면 1950년의 그들처럼 좌우를 떠나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지대 개혁’을 해보자”라고 했다.
이승만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민주당 지도부가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승만 정권 독재 옹호 논란에 휩싸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역사관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 대표 발언을 두고 당 내에서는 “좀 뜬금없다”는 물밑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꼭 (이승만의 사례를) 비유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의 토지개혁을 굳이 현 상황에 끼워넣고 싶었다면 임대료 인하가 아닌 재벌해체나 노동자 자주관리제 도입을 말했어야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자주관리제는 기업의 경영권이 노동자에게 귀속된 것을 말한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