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8명 집단장염 걸렸는데 맥도날드 그 점포 '정상영업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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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버거를 먹은 손님들이 집단 장염 증세를 보인 전북 전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의 3일 모습. 김호 기자

불고기버거를 먹은 손님들이 집단 장염 증세를 보인 전북 전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의 3일 모습. 김호 기자

3일 오후 전북 전주시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 며칠 전 햄버거를 사 먹은 손님들이 집단으로 장염 증세를 보인 곳이다. 하지만 이 매장 내부는 이날도 '정상 영업중'이었다.
맥도날드 측이 문제가 된 버거의 판매를 중단하고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지만, 매장 내부 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이곳이 위생문제가 발생한 매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전북 전주 매장 단체로 찾은 15명 중 어린이 등 8명 #맥도날드, 관련 사실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아 논란 #뒤늦게 불고기버거만 모든 매장에서 판매 중단 조치 #식약처, '햄버거병'과 연관성 배제 않고 역학조사

매장 책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기자의 취재 요청에 "나가달라"는 말만 했다. 매장 도착 전 기자의 전화를 받은 또 다른 매장 점원은 “주문을 받아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해당 매장에서 나온 한 손님은 "이곳이 집단 장염 증세가 발생한 매장인 줄 몰랐다"며 "버젓이 계속 영업을 하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공지를 하지 않는 점도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등록된 불고기버거 판매 중단 공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등록된 불고기버거 판매 중단 공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3일 전주시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전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성인 4명과 어린이 11명 등 15명이 단체로 불고기버거 등 햄버거를 사먹었다.

한 교회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 가운데 어린이 1명이 다음날 새벽부터 설사 증세를 보였다. 해당 아동과 함께 햄버거를 먹었던 또 다른 아동 6명과 성인 1명도 장염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염 증세를 보인 성인 등은 맥도날드 측에 항의했다. 이후 언론에 제보하면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지난 7월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일명 '햄버거병'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의 어머니 최은주씨(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7월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일명 '햄버거병'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의 어머니 최은주씨(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전주시보건소, 관할 구청 등은 지난 2일에야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집단 장염 증세가 나타난 지난달 26일 이후 일주일 만이다.

전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집단 장염 증세를 보인 소비자와) 맥도날드 양측에서 신고하지 않아서 기사를 본 이후 역학조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맥도날드 관련 식품안전 논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5세 아이가 맥도날드 불고기버거를 먹고 일명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부모가 맥도날드 측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아동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아동 측이 비슷한 증세로 맥도날드 측을 고소한 상태다.

식약처는 이번 집단 장염 증세가 ‘햄버거병’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관할 구청 측은 해당 매장에서 가검물을 채취한 뒤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보건소 측도 환자들에 대한 개별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맥도날드 측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일 뒤늦게 전 매장에서 불고기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해당 매장 측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집단 장염 증세의 원인이 특정 햄버거인지, 조리 방법의 문제인지, 매장 내부 탓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맥도날드 측은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현재까지 (집단 장염 증세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고객들의 심려를 고려해 (불고기버거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세트. [중앙포토]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세트. [중앙포토]

앞서 지난 7월 경기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불고기버거 세트를 먹고 ‘햄버거병’ 증세를 보인 5살 여자 아이 부모 측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맥도날드 한국지사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맥도날드가 전주 매장에서 소비자의 집단 장염 증세를 파악한 직후 보건당국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 등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본사 등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일이라는 이유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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