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에 일감 몰아주기' 14억 과징금 대한항공, 공정위에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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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와 대한항공 항공기[사진 다음 로드뷰,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한항공 항공기[사진 다음 로드뷰,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대한항공 측에 물린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규정을 근거로 과징금을 물린 첫 사례였다.

 서울고법 행정2부(김용석 부장판사)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당시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조항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였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세품 판매 관련 사업을 하는 대한항공 계열사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자녀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가 100% 지분을 보유했다. 유니컨버스는 콜센터 운영, 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로, 2007년부터 올 1월까지 조 회장과 자녀들이 70∼100% 지분을 보유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직원들을 동원해 기내면세품 인터넷 광고 업무를 대부분 하게하고, 광고 수익은 싸이버스카이에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싸이버스카이가 인터넷 등을 통해 제동목장·제주워터 상품을 판매한 대가로 받기로 한 판매수수료도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유니컨버스에는 시스템 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 지급하는 식으로 이익을 보장해줬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싸이버스카이나 유니컨버스에 귀속된 이익이 부당이익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그 계열사들의 행위를 '부당거래'라고 주장하려면 비교 대상이 되는 '정상거래'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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