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 통합 움직임에 지상욱, “통합은 모두 죽는 길. 유승민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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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청산’을 조건으로 하는 보수 야당 통합론을 놓고 바른정당 일부 초ㆍ재선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바른정당내 노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신보수층까지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자유한국당과 합치면 결국 함께 수구 세력으로 묶이며 국민들에게는 ‘신(新) 적폐’로 받아들여질 뿐”이라고 통합론을 정면 비판했다. 지 의원은 “보수의 개혁과 성찰이 없는 ‘묻지마’ 통합과 반(反)문재인 프레임은 국민들이 매우 싫어하는 정치공학적 발상”이라고도 주장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

바른정당과 한국당의 통합론은 먼저 한국당에서 불을 지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박근혜 전 대표의 출당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처음 언급한 뒤 한국당의 나경원, 김학용 의원 등이 잇따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론하고 나섰다. 바른정당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소위 ‘8적’이 출당된다면 합당까지도 논의해볼 수 있다”(25일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소위 ‘친박 8적’에 대한 혁신 과정이 진행되고 나면 통합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29일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수긍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30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만든 초당적 정책연대 모임 ‘열린 토론, 미래’의 첫 세미나도 열려 양당에서 30여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한국당-바른정당 일각서 통합 목소리 확산 #지상욱, "다같이 수구세력으로 묶여 '신 적폐'로 받아들여질 것 #보수개혁과 성찰없는 통합과 반문재인은 필패 전략 #자강론과 연대론에 앞서 춥고 힘든 개혁보수로 인정받아야"

그러나 지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거론하는 당내 의원들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유승민이 어려우니까 ‘사퇴시키고 안철수를 밀자’고 했던 분들이 계셨는데 그 분들 중 일부가 이제는 ‘한국당하고 다시 합치자’고 말한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거기에 어떤 명분이나 철학과 가치가 있냐”며 “‘나만 살고보자’는 얄팍한 셈법을 국민들은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보수의 자산인 정치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자산이 무엇이고, 어떤 씨앗을 뿌릴 수 있을지 고민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13명의 의원이 탈당한 이후 오히려 국민들의 지지와 후원이 상승했다”며 “그것은 국민들이 과거 같은 거대정당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춥고 외롭게 가는 개혁보수를 지지한다는 뜻인만큼 이를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한국당과 합치면 앞으로 전체 국민의 15~20%인 극우 보수층에게만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가면 계속 지는 게임만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등판론’도 꺼냈다. 지 의원은 “현재 지도부가 꺼내든 ‘자강론’이나 당 일각에서 말하는 ’연대론’보다는 개혁보수 노선을 선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 이미지를 가진) 유승민 의원이 역할을 맡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 의원은 바른정당 재외국민위원장을 맡은 채 당의 현안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정치개혁연대나 수도권 야3당 공천연합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위해서 연대를 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통해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들이 만든 정치질서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것이며 민심을 우롱하는 결과”라며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 처방은 아니다. 멋있게 죽을 자리가 아니라 당장 살 자리만 찾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 의원은 홍 대표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홍 대표는 대선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냐’, ‘무능한 대통령이지만 탄핵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해 놓곤 대표가 되니까 이제 태도를 바꾸고 있다“며 ”철저하게 본인이 살기 위한 정치이지 보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선의 하태경 최고위원도 이날 바른비전위원회 정책토론회 갖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체제가 확정되고 바른정당 최고위원회가 연대 원칙에 대해 논의했다”며 “합의된 원칙은 국민의당과 정치개혁 연대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 의원은 “친박(친박근혜) 청산을 해도 한국당은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사안별 정책 공조는 필요해도 연대 대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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