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가 28일 오전 89세의 일기로 한 많던 세상 살이를 마쳤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하 할머니는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유명을 달리하셨으며 이제 국내에 등록된 239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생존자는 36명으로 줄었다.
1928년생인 하 할머니는 '공장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열여섯 살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중국 우한(武漢) 등지에서 고통을 받다 해방을 맞았지만 "나 때문에 가족이 부끄러워하고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귀향하지 않고 중국 현지에 머물다 1999년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하 할머니는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피해를 증언하고 2013년 '제1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자신이 겪은 고초를 증언, 국내외 언론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당시 하 할머니는 "일본인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이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잘못했다는 말을 듣기 전에는 못 죽는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국내에 머물 때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매주 참석하는 등 활발히 활동을 해온 하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유일하게 한국 국적의 중국 거주자였다.
"그 사람들에게 잘못했다는 말을 듣기 전에는 못 죽는다"며 사과할 것을 호소했지만 2015년 한일 양국은 '12·28 위안부 합의'를 맺고 피해보상금의 규모를 정했다.
합의 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하 할머니는 계단에서 넘어져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중상을 입었다. 최근에는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요양 치료를 받아오다 패혈증 증세를 보였고 결국 영면에 드셨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