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민의당 간판된 안철수, 안으론 통합 밖으론 지방선거 안팎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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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110일 만에 당의 간판으로 다시 돌아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대표 수락 연설 때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놓인 국민의당과 자신의 상황이 오버랩 되는 듯했다.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안철수후보가 수락연설에 앞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있다.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안철수후보가 수락연설에 앞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51.09%의 지지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4월 대선후보 경선 때 안 대표는 75.01%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안 대표도 자신의 득표 성적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전 20%대였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대로 추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안 대표가 웃는 모습은 기자회견 전 측근인 송기석 의원과 잠시 대화를 나눌 때 정도만 눈에 띄었다.

국민의당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당대표에 출마한 안철수와 이언주, 정동영, 천정배 후보(왼쪽부터)가 투표 결과를 듣고 있다.

국민의당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당대표에 출마한 안철수와 이언주, 정동영, 천정배 후보(왼쪽부터)가 투표 결과를 듣고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해 안 대표가 꺼내 든 카드는 강한 야당과 지방선거 승리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며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의 상당 부분을 문재인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13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소리치는 모습에서 벌써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며 코드인사, 선심 공약, 안보 무능 등을 현 정부의 문제점으로 조목조목 거론했다.
향후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와 풀어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본다.

①반안(反安)ㆍ호남 달래기=가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내부 수습이다. 안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자 동교동계와 일부 호남 의원들은 ‘탈당 불사’를 언급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다. 호남은 당내 최대 기반인만큼 이들의 이반은 당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당선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직접 만나고 소통하고 여러가지 의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분간 자신에게 우호적인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대표는 이미 각종 당직에 원외 인사를 중용할 뜻을 밝힌 상태다.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가 박지원 전 대표와, 박주선 전 비대위원장 등 안 대표에 우호적인 호남 중진들에게 도움을 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②연대냐 독자행보냐=향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대설도 다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바른정당 측에선 남경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정당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선거연대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분간은 자강론에 방점을 두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연대설에 대해 “지금은 (당의) 목숨부터 살리는 것부터 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말해 시기상조론을 폈다. 호남권 반발 때문에 안 대표가 당분간 선거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③서울시장 출마=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안철수가 앞장서서 17개 모든 시·도에서 당선자를 내겠다”고 말해 지방선거 등판을 시사했다. 당내에선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론이 세를 얻고 있다. 안 대표도 “당내 요청이 있으면”이라는 전제로 서울시장 출마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박지원 전 대표 등은 이미 서울시장 대신 부산시장 출마를 권유한 상태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엔 호남에서 승리하더라도 안 대표의 구심력은 급속도로 힘을 잃을 것이라는 게 이유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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