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금지령 D-5, 평양투어 떠난 '간큰' 미국인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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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여행금지령이 9월 1일부터 발효되는 가운데 지난 26일 마지막 미국인 관광객 8명이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이들은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CNN 도쿄 특파원인 윌 리플리 기자가 이들과 동행했다.

베이징공항 북한 고려항공 발권대 앞에 모인 마지막 미국인 북한 관광객들[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베이징공항 북한 고려항공 발권대 앞에 모인 마지막 미국인 북한 관광객들[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CNN에 따르면 대담한 북한 관광단에는 워싱턴 DC 거주 의사 출신으로 현재 세계 여행 중인 알리 카림,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남성 니콜라스 버크헤드 등이 포함했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체포되거나 투옥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평양이 핵전쟁의 전장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이들의 여행을 막지는 못했다.

북한 관광증을 들어 보이는 의사 출신 세계 여행자 알리 카림[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북한 관광증을 들어 보이는 의사 출신 세계 여행자 알리 카림[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여행 중인 카림은 여행금지령 때문에 북한 여행 일정을 수개월 앞당겼다고 한다. 그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정확히 똑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관광비자를 들어보이는 니콜라스 버크헤드[윌 리플리기자 인스타그램]

평양 관광비자를 들어보이는 니콜라스 버크헤드[윌 리플리기자 인스타그램]

버크헤드는 “여행에 앞서 한국어 공부를 하길 원했지만 앞당긴 일정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북한에) 가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전직 의사 세계여행자 "화합 메시지 전하러" #버지니아 독신남 "이번 아니면 다시는 북한 못 갈 것 같아"

CNN 도쿄 특파원 윌 리플리 기자[인스타그램]

CNN 도쿄 특파원 윌 리플리 기자[인스타그램]

이들은 베이징 공항 내 고려항공 발권대 앞에서 즐겁게 대화하거나 CNN방송 카메라 앞에서 북한으로부터 받은 관광비자를 들어 보이며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양에 관광 온 22살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호텔에서 북한 선전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억류됐다가 원인불명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후 사망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미 국무부의 북한 여행금지령도 웜비어의 사망 때문에 내려진 조치였다.

고려호텔 창밖으로 내려다 본 평양역[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고려호텔 창밖으로 내려다 본 평양역[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9월 1일 이후에는 미국 여권 소지자가 북한을 여행 또는 경유하거나 북한에 체류할 수 없게 된다. 기자를 포함해 예외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은 모두 국무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26일 평양 금수산궁전앞을 북한 경찰이 경비서는 모습.[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26일 평양 금수산궁전앞을 북한 경찰이 경비서는 모습.[윌 리플리 인스타그램]

미국인 관광객 인솔자인 베이징 고려투어 매니저 사이먼 코커럴에겐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이번 투어 안내가 165번째 북한 방문이다. 그는 매년 미국인 관광객 수 백명 이상이 북한을 여행했다고 말했다.
코커럴은 "여행 금지령은 북한에 가보려는 호기심 많은 여행자에게도 유감스런 일이지만, 미국인 방문객들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는 북한 사람들에게 더 안 된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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