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대해부]대선 후보 회계내역, 다음달 26일 지나면 못봐…외국은 무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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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건 선거의 투명성을 높여 부정을 방지하고, 세금을 절약하자는 취지다.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자금의 조달과 수입ㆍ지출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등 제도가 마련된 게 지난 2004년이다.
하지만 투명성이 실질적으로 확보됐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대선 후보의 자금 사용 내역은 3개월 동안만 열람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9대 대선 정치자금 회계실무 자료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들은 선거일 뒤 20일까지 쓴 정치자금 수입ㆍ지출 내역을 선관위에 선거일 뒤 4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선거 후 한달이 지나서야 회계내역이 공개된다는 의미다. 이 자료는 단순 열람만 가능하다. 일반 시민이 자료의 사본을 출력 하려면 선관위에 서면으로 교부 신청을 해야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통계시스템'에서 19대 대선 후보들의 선거비용 수입, 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9월 26일까지로 공개가 제한돼 있다. [선관위 캡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통계시스템'에서 19대 대선 후보들의 선거비용 수입, 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9월 26일까지로 공개가 제한돼 있다. [선관위 캡쳐]

김민전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정치를 하는지 판단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누구에게 돈을 받아 어디에 쓰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현행 체계에선 선거 후 한 달 뒤에서야 회계내역 공개가 이뤄져 공개의 적시성 등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1993년 이후 연방선거위원회(FEC)의 모든 회계보고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편리하게 추출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선 후보들의 회계보고서가 데이터베이스화 돼 인터넷으로 기간 제한 없이 공개돼 있다. 원하는 기간, 내용을 설정해 추출해 볼 수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다. [FEC 캡쳐]

미 연방선거위원회에선 후보들의 회계보고서가 데이터베이스화 돼 인터넷으로 기간 제한 없이 공개돼 있다. 원하는 기간, 내용을 설정해 추출해 볼 수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다. [FEC 캡쳐]

또한 미국의 각 정당은 연방선거운동법 제434조에 따라 선거기간의 지출 총액과 일자ㆍ금액ㆍ목적을 보고서에 기재한다. 중앙일보가 FEC 홈페이지의 대선 관련 공개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출 총액이 200달러(약 23만원)를 초과하는 경우 지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성명과 주소도 적혀 있었다. 한국 정당의 대선회계내역 보고서는 성명·주소란을 포함해 항목마다 빈칸이 수두룩했지만 미국의 경우는 공란이 없었다. 이렇게 정당이 제출한 자료는 FEC가 48시간 이내(전자파일로 수령한 경우 24시간 이내)에 일반인이 인터넷으로 열람,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한다. 공개 기한 역시 무제한이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과거 대통령들의 회계내역을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게 오픈한 구조”라며 “유권자가 후보자 선택을 위한 정보획득의 일환으로 자금내역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개월 동안만 선관위 홈페이지 열람 가능 #데이터베이스화 이뤄져 있지 않아 불편 #해외는 자료 검색ㆍ다운로드 가능해

영국도 각 정당의 회계보고내용 공개가 인터넷으로 기간 제한 없이 이뤄진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정당의 회계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운영하고 있어 자료를 쉽게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총무성 홈페이지에서 보고서의 공표일로부터 3년간 열람 및 사본교부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김 교수는 “정치가 부패하는 것을 막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정보공개기간을 길게하고, 접근방식을 쉽게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회계보고서의 전자파일 제출과 ^48시간 내 공개 ^전홈페이지 상시 조회 등의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2016년 국회에 제출했으나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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