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전람회 찾고 묘지 견학 가고 … 셀프 임종 준비하는 일본 노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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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사회 일본에서 노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임종을 준비하는 ‘슈카쓰(終活)’가 일반화되고 있다.

“자식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 #60세 이상 31% “스스로 임종 준비”

‘인생의 끝(終)을 위한 활(活)동’이란 뜻의 슈카쓰는 8년 전 신조어로 등장하더니 이제는 60대 이상 장년층에겐 통과의례가 됐다.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와 해마다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다사(多死)사회’의 현실이 뒤섞여 반영됐다는 것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임종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전시하고 상담도 받는 ‘슈카쓰 페어(전람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람회는 접근성이 좋은 동네 마트에서 열릴 정도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대형 유통업체 이온은 자사 지점에서 2009년 이후 300번 이상 페어를 열었다. 노인들은 장례식이나 묘지 비용, 재산 정리 등 임종에 필요한 상세 정보를 이곳에서 얻어 간다. 사후 가족과 지인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담은 ‘엔딩 노트’ 작성법, 입관 체험 등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하도록 돕는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도 접할 수 있다.

여행사 클럽투어리즘이 운영하는 ‘슈카쓰 버스 투어’도 인기다. 교외에 있는 공원묘지를 견학하고 바닷가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散骨) 체험을 하는 관광상품이다.

닛케이가 지난달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응답자 중 31%가 슈카쓰 경험이 있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61%로 가장 많았다.

산케이비즈에 따르면 한때 유행했던 자비 출판 자서전 대신 최근엔 ‘추억 찍어두기’란 콘셉트로 영상물을 만들어 주는 회사가 나타났다. 업체 측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만 하면 장례식 때 사용할 수 있고 유튜브에 올려 전 세계인이 보게 할 수도 있다”고 홍보 중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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