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지방 가기 싫다는 교대생, 욕해서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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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동아대 교수. [중앙포토]

박형준 동아대 교수. [중앙포토]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임용 절벽’에 시달리는 교대생들에 대해 “학생들 욕해서는 안 된다”며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가 제도를 그렇게 설계해놓았고, 선택의 자유를 준 것 아니냐”고 부연했다.

박 교수 “제도를 그렇게 설계해놓고, # 선택의 자유를 준 것인데 왜 비판하나… # 교원 연수나 인센티브 등 방안을 만들어야”

박 교수는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교대 학생들의 집단이기주의’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온라인 교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예시로 들며 “어느 교대생이 한 게시판에 ‘나는 죽어도 지방에 가기는 싫다’는 글을 올렸는데,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으로 지방 기피 현상이 일어난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대안으로 “지방에 교사들이 부족한 데도 많으니까 그런 쪽에 가는 교사들에게 교원 연수를 하게 해준다든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의 말처럼 ‘임용 절벽’을 항의하는 교대생들은 ‘집단 이기주의’ 비판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런 비판은 구직난에 시달리는 또래 취업준비생, 또 초등교사 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이를 듣던 유시민 작가는 “지방에 부족한 교사 수는 얼마 안 된다. 지방에 부족한 수만큼 교사를 보내도 수도권에는 또 계속 남는다”며 박 교수 대안의 맹점을 지적했고, 이어 “이 문제는 현재로선 해법이 안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임용논란에 대한 정부 측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1수업 2교사제’는 즉자적이라며 “(해당 제도를 실시하는) 미국과는 교원 충원 제도라든지 이런 게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교육을 위해 어떤 교사가 얼마나 필요한지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1수업 2교사제’ 시행, 교사당 학생 수 감축 등을 공약해 교원 증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4월 문재인 당시 후보 캠프는 교대생들의 모임인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의 질의서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교사당 학생 수를 줄여 교육 질을 높이겠다’고 회답했다. 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3일 각 시ㆍ도 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인원은 모두 3321명. 지난해(6022명)의 44.9% 수준이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초등학생이 해마다 줄고 임용시험에 붙은 후 발령을 기다리는 교원이 적체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날 사전 예고된 올해 중등 교사 임용 선발 인원도 3033명으로 전년보다 14%(492명) 줄었다. 초등보다 감소폭(40%)은 적지만 2017학년도 기준 전국 평균 1.19대 1인 초등 임용 경쟁률에 비해 중등은 10배에 가까운 10.73대 1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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