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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로 만든 제품, 닭고기로까지 살충제 파문 번지는 유럽

중앙일보

입력

살충제 오염 계란이 대규모로 유통된 유럽에선 달걀로 만든 제품에서도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지금까지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닭고기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오스트리아 식품안전청(AGES)은 14일(현지시간) 마요네즈와 제빵 상품 등 달걀이 들어간 80개 제품을 임의로 골라 분석한 결과 약 25%인 18개 제품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피프로닐 성분이 나온 제품들은 식당에서 사용되는 도매용 제품이었고, 수입처는 독일·네덜란드·벨기에·폴란드였다. AGES는 “검출된 피프로닐의 양은 최대 0.1㎎/㎏으로 유럽연합(EU) 기준치 0.72㎎/㎏에 못 미쳐 건강상 위험은 없지만, 해당 제품들을 모두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가 지난달 20일 EU 집행위에 ‘살충제 계란' 유통을 보고한 이후 지금까지 피프로닐 오염 계란이나 계란으로 만든 제품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된 나라는 18개국이다.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이어 홍콩에서도 오염 계란의 유통이 확인됐다. 또 스페인 북부 지역에서 추가로 감염 사례가 등장하면서 "피해 국가는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 양계 농장에서 폐기되고 있는 달걀. [EPA]

네덜란드 양계 농장에서 폐기되고 있는 달걀. [EPA]

 아프리카에선 살충제 닭고기 공포도 퍼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피프로닐에 오염된 벨기에산 닭고기가 아프리카에서 유통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닭고기 샘플을 검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벨기에는 알을 낳고 늙은 암탉 고기를 과거 식민지였던 콩고 공화국에 수출해왔는데, 이들 닭에 피프로닐 살충제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알을 낳은 닭은 유럽에선 식용으로 잘 쓰지 않아 냉동된 상태로 대거 수출됐다. 유럽에서 흔히 먹는 구이용 닭은 오래 키우지 않고 도축을 하기 때문에 살충제 처분을 할 필요가 없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게 유럽 각 국 정부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오스트리아 마요네즈와 빵 등에서도 피르로닐 성분 검출 #벨기에가 서아프리카로 수출한 닭고기도 살충제 성분 조사 중 #벨기에, 네덜란드서 시작된 파문, 유럽과 홍콩 등 18개국으로 번져

살충제 계란 파문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시작됐다. 네덜란드에서만 180여 개의 양계농장이 폐쇄됐고 닭 수백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이 가장 많이 유통된 나라는 네덜란드와 독일로 각각 1000만 개, 107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 6월 말 살충제 계란 문제를 파악하고도 7월 말에야 EU에 통보해 빈축을 샀다. 하지만 데니스 뒤카르므 벨기에 농업부 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네덜란드 당국이 지난해 11월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제보를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벨기에의 양계농장 해충 구제업체인 폴트리비전이 네덜란드 치킨프렌드라는 업체에 피프로닐 함유 제품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나라 사법당국이 공조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치킨프렌드 관계자 2명이 구속됐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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