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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시간 잠 안잔 관방장관vs자수성가 일본정치 다크호스

중앙일보

입력

대지진때 100시간 넘게 잠을 자지 않아 신드롬을 일으켰던 전 관방장관 vs 자수성가한 일본 정치의 영원한 다크호스.
일본 제1야당의 스타급 의원 두 사람이 기울어 가는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아베 신조 1강(强)’체제에 맞서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 민진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53)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55)다. 일본 언론들은 기마병들의 일대일 대결을 뜻하는 ‘잇키우치(一騎打ち)’,‘1993년 첫 당선된 라이벌 대결’이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5석에 그치는 등 민진당은 존립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지만 당내 스타급 두 사람의 맞대결로 흥행몰이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제1야당 민진당 대표 놓고 당내 라이벌 스타 1대1 격돌 #대지진때 잠 안자고 브리핑,신드롬 일으킨 에다노 전 관방장관 #43세에 당 대표, 48세에 외상 지낸 자수성가 마에하라 전 외상 #기우는 당세 회복하고 아베 총리에 맞설 야당 사령탑 누가 될까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내외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중앙포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내외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중앙포토] 

9월 1일 경선을 앞두고 8일 출마를 공식화한 에다노는 2만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의 관방장관이었다. 당시 하루 4~5번씩 TV 브리핑에 나서면서 전세계에 일본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알렸다. 대지진 당일부터 한 달동안 그가 했던 공식 브리핑만 64차례였다. 특히 대지진 직후 109시간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총리 관저에선 "대지진 발생 첫 1주일동안 에다노가 자는 모습을 정말 본적이 없다"는 관계자들의 증언들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잠을 자지 못해 초췌해진 얼굴과 그의 평상시 얼굴을 비교하며 열광했다. 그래서 탄생한 신조어가 ‘에다루(枝る)’다. 에다노의 ‘에다(枝)’에 일본어 동사 어미인 ‘루(る)’를 합친 단어로 ‘잠을 자지도, 쉬지도 않고 일한다’는 뜻으로 통용됐다. 연말에 선정되는 ‘올해의 신조어’에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히트를 쳤다. 변호사 출신으로 관방장관외에 경제산업상을 역임했고, 정권을 내준 뒤 민진당에선 간사장을 지냈다.

 43세때 당 대표, 48세때 외상을 지낸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중앙포토]

 43세때 당 대표, 48세때 외상을 지낸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중앙포토]

에다노 보다 하루 빠른 7일 출사표를 던진 마에하라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중학교 2학년때 도쿄 가정법원 직원이던 부친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어머니의 뒷바라지속에 성장했다.
명문 교토대 법학부에 진학한 뒤 일본의 지도자 양성기관인 마쓰시타(松下) 정경숙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31세에 처음으로 중의원이 된 뒤 2005년 43세의 나이에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가 됐다. 당시엔 ‘일본의 토니 블레어’로 기대를 모았고, 민주당 집권기에 국토교통상과 외상 등을 지냈다. 대지진 대응 미숙 등으로 사퇴한 간 나오토(菅直人)전 총리에 이어 2011년 총리 등극이 유력했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에 경선에서 패하면서 천금같은 기회를 놓쳤다.
두 사람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마찬가지로 1993년 처음으로 배지를 단 정계 입문 동기다. 똑같이 8선 의원이지만 성향은 리버럴과 보수로 확연히 갈린다. 당내에서 “당내 리버럴과 보수가 끝장을 보는 싸움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자는 아베 총리의 헌법개정 주장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
에다노는 ‘교전권 불인정과 전력 불보유’등 헌법 9조의 다른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자위대를 명기하자는 아베의 주장에 반대한다. 반면 안보ㆍ국방문제에 있어선 자민당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 마에하라는 지난해 아베의 주장과 비슷한 자위대의 헌법 9조 명기를 제안했다.
 공산당을 비롯한 야권 연대 문제에 대해서도 에다노는 "야당간 연대가 정치의 리얼리즘(현실주의)"이라고 찬성한다.
이와달리 마에하라는 “정책이념이 다른 정당과의 협력은 야합”이라며 확고한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 안팎엔 "간판스타 두 사람이 맞대결을 하면 후유증이 너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지금까지 민주당 내부에서 잠재돼 있던 노선 대립을 수면위로 끌어내는 싸움이 될 것"이라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도쿄도 지사가 중앙정치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승부가 야당 분열과 재편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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