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 육군 대장이 지난해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은 뒤 부인인 전모씨와 한 달간 따로 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말 박 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인이 공관병 등을 부당 대우하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본지 8월 4일자 3면 참조).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박 대장은 한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바로 전씨에게 호통을 쳤다. 이후 전씨는 한 달 동안 대구의 제2작전사령관 공관을 찾지 않고 수도권에 있는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전씨는 평소 수도권의 집과 대구의 공관을 자주 오갔다.
군 관계자는 “박 대장은 전씨가 공관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공관병이 일하는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나름대로 부당 대우를 막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 대장은 전씨의 갑질을 막지는 못했다.
박 대장 부부는 앞선 국방부 감사에서 한 장관의 구두 경고 후 박 대장이 전씨에게 ”앞으로 주의하라“고 하자 전씨는 ”공관병을 빼자“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대장은 “공관병은 편제에 있기 때문에 빼기 어렵다. 서로 주의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장은 군 검찰 조사에서 공관에 조성한 미니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때 공관병과 조리병에게 골프공을 주워 오라고 시켰고, 텃밭농사에 공관병을 동원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텃밭은 내가 부임하기 전부터 공관에 있었던 것“이라며 ”공관병의 임무가 공관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텃밭농사도 공관병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부인이 공관병을 부당하게 대우했는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전씨가 공관병이 잘못했을 때 엄하게 꾸짖었고, 이 때문에 공관병이 전씨를 무서워하고 힘들어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전씨는 군 검찰 출석에 앞서 “(공관병을) 아들 같은 마음으로 대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장은 7군단장에서 육군참모차장으로 보직을 옮길 때 냉장고 등 공관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공관 비품은 모두 군 예산으로 구매해 개인적으로 가져 가면 불법이다. 군 검찰은 박 대장 진술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9일 수사팀을 보내 제2작전사령관 공관을 압수수색했다.
박 대장은 지난 8일 오전 군 검찰에 출석해 15시간 30분의 마라톤 조사를 받고 9일 새벽 귀가했다. 그는 귀가길에 취재진을 만나 “그나마 이렇게 소명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군 지휘부 인사에서 제2작전사령관직에서 물러났고, 정책연수 명령을 받아 전역이 연기됐다. 군 검찰은 그를 현역 군인 신분으로 수사할 수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