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대장 부인 “아들같이 생각, 상처 됐다면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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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군 검찰은 7일 공관병에 대한 갑질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육군 대장)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그는 검은색 그랜저를 타고 서울 용산 국방부 군검찰단에 도착한 뒤 모자를 푹 눌러쓴 차림으로 두 손을 모은 채 포토라인에 섰다.

공관병 갑질 관련 군 검찰 조사 #남편의 여단장급 대우 지시는 부인

▶취재진=“공관병을 괴롭혔다는 혐의를 인정합니까.”

▶전씨=“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들 같은 마음… 생각하고 했지만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 형제나 부모님께 죄송합니다.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취재진=“박찬주 사령관이 이 논란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전씨=“아닙니다.”

박찬주(육군 대장)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모씨가 ‘공관병 갑질’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7일 서울 용산 국방부 군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찬주(육군 대장)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모씨가 ‘공관병 갑질’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7일 서울 용산 국방부 군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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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또 썩은 토마토나 전을 공관병에게 던지거나 박 대장이 전씨를 여단장급으로 대우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들은 부인했다. 전씨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갑질 의혹의 대부분이 그와 관련됐다. 하지만 민간인이기 때문에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군 검찰에 출석했다. 이후 민간 검찰에선 피의자 신분으로 또 조사를 받는다.

국방부 감사 결과 전씨가 조리병의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칼을 빼앗아 도마를 내리치고, 몇 개씩 붙어 있는 떡국의 뜨거운 떡을 맨손으로 떼내도록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전을 집어 던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다수의 공관병이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국방부는 사실로 판단했다.

군 검찰은 전씨를 상대로 전·현직 공관병들의 갑질 증언의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 또 박 대장이 부인의 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는지도 추궁했다. 남편인 박 대장은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군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

◆8일 군 대장급 인사=국방부는 합참의장을 포함한 군 대장급 인사안을 8일 국무회의에 상정한다. 4성 대장급 인사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첫 군 인사이기 때문에 물갈이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기수 파괴 인사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장급의 기수도 확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3성 중장급 등 후속 장성 인사를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할 계획이다.

박 대장이 맡고 있는 제2작전사령관 직책도 이번 인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새 사령관이 나올 경우 박 대장은 자동으로 전역하게 되고, 그의 직권남용·가혹행의 등 혐의에 대한 수사는 군 검찰에서 민간 검찰로 넘겨진다.

이 때문에 군은 박 대장의 전역을 늦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행 법 구조 속에서 군에서 계속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송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복수의 군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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