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걸리면 치료 뒤에도 어지럼증 느끼는 합병증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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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온도에 노출돼 열사병에 걸리면 치료 후에도 합병증으로 뇌가 손상돼 장기간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열사병은 고온에 노출된 신체가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생긴다. 가볍게는 탈진·두통에서 심하면 중추신경 기능 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잘 알려져 있으나 증상이 회복된 뒤에도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 합병증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신체가 열 제대로 배출 못해 생기는 열사병 #회복 뒤에도 '소뇌 손상'돼 어지럼증 유발 #열사병 장기적 합병증 세계 최초 규명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수 교수팀 연구 결과 #"경미한 열사병이라도 추적 관찰해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팀은 열사병의 합병증으로 '지연성 소뇌 손상'이 생겨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6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분당서울대병원을 다녀간 열사병 환자가 회복된 이후에 발생하는 합병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증상이 경미한 열사병의 경우에도 초기 증상이 회복된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런 어지럼증을 일으킨 원인이 지연성 소뇌손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열사병 환자의 내원 초기 MRI 사진(A)과 비교해 2개월 후 추적검사의 MRI 사진(B)에서 소뇌가 위축된 모습이 확인됐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열사병 환자의 내원 초기 MRI 사진(A)과 비교해 2개월 후 추적검사의 MRI 사진(B)에서 소뇌가 위축된 모습이 확인됐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소뇌는 신체의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열사병때문에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소뇌의 기능에 제일 먼저 이상이 나타나기 쉽다. 소뇌 기능이 떨어지면 몸의 중심을 잘 잡지 못한다. 손발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힘들어 떨듯 움직인다. 이외에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김 교수는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자는 초기 증상이 회복되더라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어지럼증이 다시 생기면 소뇌가 손상된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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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우선 체온을 빠른 시간 내에 떨어뜨려야 심각한 뇌 손상을 피할 수 있다. 119에 신고한 뒤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수건 등으로 환자의 몸을 감싸 체온을 내려주는 것이 좋다. 얼굴과 몸에 부채질을 하거나 선풍기 바람을 쏘이는 게 체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얼음주머니를 겨드랑이와 허벅지 안쪽 같이 신체의 오목한 부위에 대주는 것도 응급처치 방법 중 하나다.

이 연구는『신경학저널(Journal of Neurology)』최신호에 실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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