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4기 임시 배치 시점, 국방부는 아직도 눈치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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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4기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추가로 임시 배치하는 시점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즉각 배치’ ‘한·미 협의 후 배치’ ‘환경부 승인 후 배치’ 등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이 오락가락이다.

‘즉각 배치’‘환경부 승인 후 배치’ #미·중, 사드 찬반 여론 사이서 #국방부 당국자들 입장 제각각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끝나면 사드 미사일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종료되는 것과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가 시작되는 것은 인과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발사대) 2기를 (성주골프장에) 임시 배치할 때 야전배치했다”며 “그것과 같은 과정으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성주골프장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환경부가 이를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보통 한 달 남짓이 걸린다. 문 대변인의 발언대로라면 환경부 승인 이전이라도 발사대 4기를 성주골프장에 임시 배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가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받기로 예상되는 이달 중순 이후에 임시 배치한다’고 보고했다”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설명과 전혀 다르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방부 실무진에게 확인했다면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하려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한다(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전에 배치되면 불법”이라며 “임시 배치라고 하면 즉각 배치로 알고 있는데,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사드 임시 배치 시기를 애매모호하게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드 체계를) 임시 배치라도 하는 것이 국민에게 약속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발사대 4기를 가급적 빨리 배치한다는 원칙론만 밝힌 것이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도 임시 배치 시점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관계 없다”면서도 “사드 임시 배치 시점과 환경부 승인 시점이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 협의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 설명에도 구체적 시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임시 배치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박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드 반대 지지층과 사드 찬성 국내여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는 지난 2일 전국 성인 1만1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사드 체계 임시 배치 방침에 대해 ‘잘했다’는 의견이 71%였다고 밝혔다. ‘잘못했다’는 18.4%였고 ‘잘 모르겠다’는 10.6%였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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