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인 줄 착각…비닐봉지 걸고 노는 제주 돌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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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지난달 25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서식 모니터링을 하던 중 돌고래가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지를 지느러미에 걸고 유영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고래연구센터 제공=연합뉴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지난달 25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서식 모니터링을 하던 중 돌고래가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지를 지느러미에 걸고 유영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고래연구센터 제공=연합뉴스]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비닐봉지를 지느러미에 걸고 노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이 센터 연구진은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서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하던 중 지난달 25일 돌고래들이 등과 가슴의 지느러미에 비닐봉지를 걸고 헤엄치는 장면을 촬영했다.

돌고래들은 미역, 감태, 모자반 등 해조류를 지느러미에 걸고 노는 습성이 있다. 연구진은 돌고래들이 비닐봉지를 놀잇감으로 착각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나타나는 해역을 촬영한 영상에는 플라스틱 류의 폐기물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인간을 좋아하고 지능이 뛰어난 남방큰돌고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해역에만 발견되는 국제보호종으로, 제주연안에 11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호주에 약 3000마리, 일본 규슈에 300여 마리 등 전 세계적으로 열대·아열대 해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지만, 제주해역에서 발견된 개체 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비닐봉지 걸고 노는 남방큰돌고래 [고래연구센터 제공=연합뉴스]

비닐봉지 걸고 노는 남방큰돌고래 [고래연구센터 제공=연합뉴스]

조사에 참여한 김현우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10년 동안 남방큰돌고래 모니터링을 해왔는데 이번처럼 폐기물을 몸에 걸고 노는 것을 확인하기는 처음이다"라며 "종종 그물에 걸려 죽는 돌고래를 해부해보면 위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는 초목(草木)을 포함해 약 17만6000t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국 해안가에 쌓인 쓰레기는 약 1만2000t으로 추정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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