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갑질' 의혹 박찬주 대장 전역지원서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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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이 전역지원서를 냈다고 육군이 1일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그는 “지난 40년간 몸 담아왔던 군에 누를 끼치고 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자책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며 “전역지원서 제출과는 무관하게 국방부 감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그의 부인이 관사의 공관병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31일 박 대장의 부인이 2016년 3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관병들에게 사소한 청소나 빨래를 시키면서 폭언을 하거나 베란다에 가두는 등 가혹 행위까지 했다는 복수의 제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가 국방부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의혹 대상자가 대장급 장성이란 점을 고려해 국방부 감사관실이 직접 감사할 계획”이라며 “공관병 운용 필요성 등 제도 전반을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관병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서울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근무하는 군 병력을 철수하고 이를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이 먼저 솔선수범을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지휘관 공관에서도 병력 대신 민간 인력이 근무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행정·지원 업무에는 민간 인력을 투입하고, 담당 병력을 일선 전투 부대에 배치하는 게 국방개혁의 핵심 중 하나라고 평소 강조했다.

군 지휘관 관사나 공관엔 근무병·조리병·운전부사관 등 공관근무병(공관병) 2∼3명이 근무한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지휘관들을 배려해 운영하는 제도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관병들이 지휘관이나 그 가족들의 허드렛일까지 도맡거나 비인격적 대우를 받는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달엔 육군 39사단장이 공관병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육군이 그를 보직해임하고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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