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동안 자취 감췄다 등장한 김정은이 찾은 곳은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7일 조국 해방전쟁 승리 열사묘를 찾아 경의를 표시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북한은 6ㆍ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평양시 서성구역(한국의 구) 연못동에 6ㆍ25전쟁 전사자들의 묘역을 조성했다.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지난 12일(보도일은 1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관계자들을 표창하고, 기념촬영을 한 지 보름 만이다. 장기간 모습을 감췄다 나타나 6ㆍ25 전쟁 전사자 묘역을 찾은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취임 첫 해(2012년)와 지난해를 제외하고 기념공연이나 열병식, 중앙보고대회 등에 참석하는 등 ‘7월 27일’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올해는 묘지 참배만 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주요 기념일의 5주년이나 10주년 등 소위 ‘꺾어지는 해’인 정주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올해 정전협정기념일은 64주년이어서 평년임에도 불구하고 정주년에 버금가는 행사를 하고 있어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당국회담 뿐만 아니라 민간 교류 등 문을 꽁꽁 닫은 채 대내 행사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5일 육ㆍ해ㆍ항공 및 반항공(공군) 장병들을 모아 결의대회를 한 것을 시작으로 중앙보고대회(26일), 열사릉 등 화환진정식ㆍ청봉악단 공연(이상 27일) 등의 행사를 이어갔다.  김정은의 참배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한 것도 이런 행사의 일환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핵실험과 최근 미사일 발사 성공에 따른 군사적 강국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자취를 감춘 보름 동안 보였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 17일 북한에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의한 직후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 인근에서 미사일 사출 실험(콜드론치ㆍ압력으로 밀어올린 뒤 공중에서 점화)을 실시했다. 또 화성-12ㆍ14형 미사일을 발사했던 평안북도 구성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보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비공개로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시설을 찾는 등 미사일 챙기기에 나섰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이 장시간 모습을 보이지 않다 나타나면 미사일 발사 등의 굵직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며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다 최근 북한 지역에 장마가 계속되자 연기했을 가능성이 있어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미국서 열린 세미나에서 "김정은의 의도는 북한 주변 5개국(한·미·중·러·일)이 서로 응집하는 것을 막고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한미군 홈페이지가 이날 공개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27일 조국해방전쟁승리열사묘 찾아" #매년 7ㆍ27(정전협정체결일) 행사 챙기다 올해는 묘역 방문만 #북, 남측 대화 제의에 반응치 않은 채 평년임에도 대대적인 행사 이어가 #긴정은, 지난 보름 핵ㆍ미사일 활용한 대외 전략 수립 가능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