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부화뇌동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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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유세장의 인파는 늘어나고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규모 군중집회가 정치폭력으로 난장판이 되는 것은 더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영남지역과 호남지역 유세장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유세장 폭력이 간혹 집회 자체를 불발로 그치게까지 하는 사태는 지역감정의 심화라는 망국적결과로 발전할 우려를 더욱 짙게하고 있다.
한쪽에서 타지역 출신후보의 유세 차량을 전복시키고 불을 지르는가 하면 이에 보복이라도 하는듯 상대지역 출신 후보의 유세장에서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두르는 소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치고 받기 식의 정치폭력이 도대체 무슨 이점을 노리고 자행되는 것일까.
우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한 폭력과 소란이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아니면 자기 출신 지역의 정의감을 과시하고 그 지역주민들의 위신을 높이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냉철한 눈으로 볼 때는 천만의 말씀이다. 비뚤어진 분파주의요, 편협하고 배타적인 애향심으로 밖에는 비쳐지질 않는다.
유세장에서 폭발하는 폭력이 단순한 지역감정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요인이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요인이 불씨가 되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전체 선거분위기를 멍들게 하고 지역간 감정대립을 예각화시킬 우려가 있다면 국민 전체의 단합과 화목을 위해 자제하고 인내해야만 한다.
이러한 폭력과 소란으로 선거자체가 위협받고 만의 하나 겉잡을 수 없는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그 천추의 한을 어찌할 것인가.
유세장의 폭력과 선동이 전혀 엉뚱한 세력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는 의혹의 시각도 없지 않다. 만약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민족분열을 획책하는 이러한 세력이있다면 국민들은 더욱 이들을 경계해야 하고 이들의 책동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지금은 국민들이 제각기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냉정하게 후보를 선택해야할 중대한 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유세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폭력분자들이 나타날때는 이들의 선동에 동조하거나 맞서려 하지 말고 이들을 완전히 격리시켜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그래서 폭력의 진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도록 국민들이 합심하여 협력해야 할 때인 것이다.
지금 국민앞에 놓인 초미의 과제는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어떤 후보나 어느 지역에든지 가서 마음대로 선거운동을 할수 있는 분위기를 보장해야만 한다. 그리고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는 표로써 분명히 선택하면 된다.
물도 마시기 전에 쪽박 먼저 깨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쪽박을 깨려고 드는 자들이 있다면 국민들이 나서서 색출하고 응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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