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증세'에서 전면증세로 선회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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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소득세율 구간 신설, 자본소득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공제 축소 등 전면적인 세제개편에 나섰다. 증세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바탕으로 ‘핀셋 증세’ 기조에서 ‘전면 증세’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돈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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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25일 “현행 1억5000만∼5억원의 소득세율 구간을 세분해 3억~5억원 구간을 신설하고, 이 구간 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5억원 초과 소득자에 대해 40%→42%로 세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에 이은 추가 증세안인 셈이다.

현행 소득세율은 과세 표준 ^1200만원 이하 6% ^1200만∼4600만원 15% ^4600만∼8800만원 24% ^8800만∼1억5000만원이 35% ^1억5000만∼5억원이 38%, ^5억원 초과 40% 등이다.

결국 구간을 6개에서 7개로 늘리면서 3억원 초과 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2%포인트 올리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겠다는 의미다. 5억원 초과 소득자는 약 4만명, 3억∼5억원 소득자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초우량 대기업이 법인세 적정수준에서 좀 더 부담하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국민이 평가할 거고, 기업이 국민에 더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는 토대 될 것이다"며 증세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초우량 대기업이 법인세 적정수준에서 좀 더 부담하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국민이 평가할 거고, 기업이 국민에 더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는 토대 될 것이다"며 증세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과 채권, 외환 등 금융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자본소득에도 증세를 추진 중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자본소득 증세와 관련)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토할 내용은 다 검토해야 한다”며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며 정비를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20%→25%)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반면 상속·증여세 세액공제는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속·증여세의 세액공제를 현행 7%에서 3~5%로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인상해야 한다는 추미애 대표의 의견에 대해 이날 박영선 의원은 “과연 증세 효과가 있겠느냐. 법인세 인상 과세 기준을 2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27일 당정 협의를 열고 소득세·법인세 등을 포함한 세제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법인세·소득세 명목 세율 인상은 조세 감면 제도를 먼저 정비한 뒤 검토하기로 했지만, (세율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다음달 2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장관들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마친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정책 합동브리핑을 가졌다. 최승식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장관들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마친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정책 합동브리핑을 가졌다. 최승식 기자

이 같은 증세 방안이 알려지자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결국 서민 부담이 증가하는 가렴주구(苛斂誅求·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뺐는다는 뜻)식, 도미노 증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증세를 추진하려면 전체적인 세제 개편안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얻어나가야 한다”며 “명예 과세, 사랑 과세, 심지어 착한 과세라는 온갖 말장난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무현 정부도 일방적으로 증세를 추진하다가 정권을 잃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부자증세’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또한 청개구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부자증세’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또한 청개구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국민의당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인화 의원은 “애국과세 운운하면서 조세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볼썽사납다”고 했다. 이동섭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행태를 보면 불안하다”며 “막무가내로 증세하자고 윽박지를 게 아니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증세 없는 재원조달이라는 가당찮은 말로 국민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미래지향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4일 이혜훈 대표는 “국정과제를 발표할 때만 해도 증세는 제로였는데 여당을 통해 건의받아 어쩔 수 없다는 전략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록환·채윤경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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