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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 장단에 실린 서양춤 '제전악-장미의 잔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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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전악-장미의잔상' 공연장면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장미의잔상' 공연장면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의 ‘제전악-장미의 잔상’이 28∼3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난 연말 부임한 안성수(55) 예술감독의 첫 창작작품이어서 진즉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달 중순 리허설에서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주목의 수준을 넘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전악-장미의 잔상’은 현대무용이다. 무용수 15명이 60분 동안 현대무용의 동작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용수들이 몸을 맡기는 장단은 국악 장단이다. 장구 장단에 대금·가야금 등 전통악기가 어울어진 선율이 흐른다. 안성수 예술감독의 말마따나 “얼핏 보면 상체는 한국춤, 하체는 서양춤을 섞은 것처럼 보인다.”
 이번 작품은 한국춤과 서양무용의 해체와 조립을 통한 실험이라는 안성수 예술감독의 오랜 화두가 진화 또는 변태한 하나의 지점으로 볼 수 있다. 원래 안성수 감독은 현대무용의 클래식 ‘봄의 제전’을 한국적으로 해석할 생각이었다. 흥겹고도 엄숙한 굿판 같은 제의를 머릿속에 그렸다. 안성수 감독은 이미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봄의 제전’으로 대표작 ‘장미(2009)’를 제작한 바 있다. 그런데 계획이 틀어졌다. 음악을 맡은 신예 작곡가 라예송(32)이 ‘봄의 제전’을 국악기로 편곡하는 수준을 넘어 안 감독의 작품 ‘장미’를 주제로 새 음악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서양춤을 위한 빠르고 미니멀한 한국음악이 탄생했고, 작품 제목도 ‘제전악-장미의 잔상’으로 바뀌었다. 애초의 구상이 협업 과정에서 틀어지면서 돌연변이와 같은 진화를 거친 셈이다.
 안 감독은 물론 음악에 만족하고, 심지어 자랑스러워 한다. 이달 초 라예송의 음악을 위한 무곡 콘서트를 개최했을 정도다. 안성수 감독은 콘서트에서 “보통 무용공연은 만들어진 음악에 안무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작품은 정말 호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이번 작품은 다른 두 재료를 완벽하게 혼합한 ‘움직임의 블렌딩(Blending)’”이라고 설명했다.

'제전악-장미의잔상' 공연장면. 한국무용 오고무도 현대적인 춤사위로 표현했다.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장미의잔상' 공연장면. 한국무용 오고무도 현대적인 춤사위로 표현했다.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음악이 각별한 무용공연이어서 연주는 라이브로 진행된다. 악사 5명이 해금ㆍ피리ㆍ대금 등 전통악기 15개를 연주한다. 무용수들은 초 단위로 짠 동작을 무대에서 소화한다. 엄청난 속도감을 이겨내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소화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 ‘댄싱9’ 시즌 2, 3에 잇따라 출연했던 최수진을 비롯해 지난 1월 선발된 국립현대무용단 시즌무용수 전원 등 무용수 15명이 출연한다.

지난 연말 부임한 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의 첫 신작 공연 #장구ㆍ해금 등 한국 전통악기의 박자와 선율에 서양춤 동작 얹어 #"다른 두 재료를 완벽하게 혼합한 움직임의 블렌딩 선보였다." #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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