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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비 퍼붓고 낮엔 푹푹 찌고 … 아열대성으로 바뀐 한반도 장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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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각 장마, 야행성 장마…. 올 장마에 붙은 별명이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장마는 과거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주말과 휴일 또 한 차례 전국적인 장맛비가 예고된 가운데 올 장마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올여름 장마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낮엔 공기 상하이동 에어커튼 생겨 #남서풍 유입 안 돼 밤에만 비구름 #태풍이 북쪽으로 고기압 밀어올려 #남부 98㎜ 비해 중부 266㎜ 물폭탄 #예측불허 장마에 물관리 어려워져

① 지각 장마=평년 같으면 6월 19일께 제주도부터 장마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이보다 5일 늦은 6월 24일에 시작됐다. 또 남부와 중부지방도 평년엔 6월 23~25일께 시작됐지만, 올해는 6월 29일~7월 1일에 시작됐다. 올 장마가 평년보다 5일 정도 늦게 시작한 셈이다.

노유진 기상청 예보관은 “장마가 시작되려면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이 고기압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약했고, 북쪽에 고기압이 강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장마 초기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으로 치우쳐 있어 중국 쪽에서 먼저 폭우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② 중부지방에 집중=강원도 홍천은 지난 1~11일 모두 422㎜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춘천에는 406㎜, 서울에는 393.5㎜가 왔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는 13.1㎜, 경남 밀양은 13.9㎜에 그쳤다. 장마 기간 중부지방은 평균 265.8㎜가 내렸다. 반면 남부지방은 97.5㎜, 제주도 지방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70.2㎜에 그쳤다. 노 예보관은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서쪽 건조한 공기 사이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중부와 남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통인데 태풍이 와서 고기압을 북쪽으로 밀어올리는 바람에 장마전선이 중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③ 야행성 장마=1~11일 서울에 내린 393.5㎜의 강수량을 낮(오전 6시~오후 6시)과 밤(오후 6시~다음 날 오전 6시)으로 구분하면 밤 시간에 내린 비가 71%(280㎜)나 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낮 동안에는 강한 일사로 인해 공기의 상하 이동이 활발했고, 이것이 ‘에어 커튼’ 역할을 하는 바람에 남서풍이 유입되지 못했다”며 “밤이 되면 대기가 차가워지고 수평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남서풍이 쑥 들어와 비구름이 형성되는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밤에 비가 쏟아지고 아침에 맑아지는 것은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로 바뀐다는 증거”라고 했다.

④ 폭우와 폭염 혼재=이번 장마철에는 장맛비가 그치자마자 폭염이 곧바로 기승을 부렸다. 지난 2~4일 서울에는 160㎜의 많은 장맛비가 내렸다. 하지만 다음 날인 5일 서울과 경기도 동부, 강원도 영서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장마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난 12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방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경북 경주는 낮 최고기온이 39.7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노 예보관은 “북태평양고기압 경계를 따라 남서쪽에서 고온 다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⑤ 굵고 짧게 내리는 비=올해는 지난 열흘 사이에 비가 집중됐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장맛비가 찔끔찔끔 내리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 바람에 올해도 장마철 강수량은 평년값(1981~2010년 평균, 356.1㎜)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92~2002년에는 장마철 강수량이 평균 281.2㎜였는데 2003~2013년 422.9㎜로 크게 늘었다 2014년부터는 145.7~331.2㎜로 다시 줄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장마의 양상이 예측 불허인 만큼 물관리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예보 서비스를 민간업계에 이양하면서 예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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