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분쟁 전문 변호사가 본 한미FTA 재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금 더 시급한 쪽은 무역확장법 위반여부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크게 걱정할게 없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아놀드앤포터 케이슐러 로펌의 국제무역 전문가 데이비드 박(45ㆍ사진) 변호사는 12일(현지시간) 본지와 전화인터뷰를 하면서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 미국이 얻을 실익이 많지 않다는 것을 트럼프 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박 변호사

데이비드 박 변호사

 박 변호사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특별 관세를 매기는 무역확장법 232조 위반국인지 여부가 현재로선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 무역 관련 232조 위반여부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수일내 발표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미국이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집중공략하는 데는 한국의 통상관련 수장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 방미시 산업부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은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점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 됐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 약한 고리를 공략해 보다 많은 전리품을 얻으려는 겁니다.”

박 변호사가 FTA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이 얻을 실익이 많지 않다고 보는 것은 철강의 경우 지난해말 오바마 정부 때부터 이미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열연코일 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상계관세 58%를 물리고 있을 정도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이보다 강력한 무역확장법 232조로 철강시장을 지키려는 의지를 확실히 내비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2조 위반국에 한국이 포함되면 미국은 일단 25∼30%의 특별관세를 일괄적으로 때릴 수 있다. 발표한 다음 120일 동안 해당국과 협상을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혜택을 챙기겠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다.

박 변호사는 “한국 철강제품을 막으면 혜택을 보는 쪽은 몇몇 미국 철강사에 불과하다"며 "자동차 기업이나 가전사 모두 품질이나 마진면에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철강제품 규제시 일반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최종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국내 정치적 이유로 아직 준비가 덜된 한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선거때부터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데 주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국을 이용하는 셈이다. 이같은 무리수는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로스 장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세 명이 밀어붙이는 중이라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분야 협상은 안보와 연계해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이슈를 나눠서 생각합니다. 오늘은 통상분야에서 적이지만 내일은 북한 이슈에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식이지요.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게 목표이지만 사실 미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북핵입니다. 미국과 협상테이블에서 북한을 막으려면 한국의 강한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워 한국 철강을 막게 되면 결과적으로 미국 안보에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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