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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결국 없던 일로

중앙일보

입력

박정희 전 대통령의 8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사진 우정사업본부]

박정희 전 대통령의 8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사진 우정사업본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 발행이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우정사업본부는 12일 오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우정사업본부 재심의 결과 철회 결정 #박 전 대통령 지지측 "현 정부에 아부" #시민단체들 발행 취소결정 "환영한다"

심의위는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을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 표결 결과 철회 8표, 발행 3표, 기권 1표로 계획이 철회됐다.

이번 심의위는 지난해 결정된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사업을 두고 열린 재심의 자리였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의 경우 기념우표를 발행할 수 없다'는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을 내세우며 기념우표 발행을 반대하면서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정사업본부가 기념우표 발행 여부 재심의에 나서겠다고 하자 경북 구미시는 성명을 내고 "엄연히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안을 반대 의견만을 듣고 정당한 근거 없이 뒤집었다"며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 및 공과의 판단과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념우표 발행을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구미시]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구미시]

기념우표 발행이 결국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전병억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은 "박 전 대통령만큼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며 "우정사업본부가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으로 우리 역사를 단절시키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기념우표 발행을 심의할 때는 위원들이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해 놓고 정부가 바뀌니까 결정을 뒤집었다"며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과연 기념우표 발행을 철회할 수 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일가 가족사진. 왼쪽부터 육영수 여사, 박지만 EG 회장,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박정희 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일가 가족사진. 왼쪽부터 육영수 여사, 박지만 EG 회장,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반면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을 반대해 왔던 우정사업본부노조와 시민단체들은 환영 입장이다. 이철수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노조 사무총장은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에 반대한 것은 정치적 이념과는 관련 없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군사정변'으로 판결한 5·16 관련 인물을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 기념우표로 발행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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