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강조한 가야사 고령고분 정비 관련 공무원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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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경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고분정비사업 비리에 연루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50대 경북 고령군청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령군청 공무원, 고분정비사업 비리에 연루된 의혹 #12시간 조사 후, 집으로 귀가 하지 않고 풀숲으로 #지산동 고분군, 文 대통령 강조한 가야사 연구 중심지

경북경찰청은 11일 공무원 A씨가 나무에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지난 10일 오후 1시부터 11일 오전 1시까지 12시간 정도 경찰서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받은 그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고령읍 풀숲인 금산재로 향해 목을 매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1일 오전 5시47분쯤 근처 도로 옆을 지나던 통행인이 A씨를 발견했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수첩에는 큰 글씨로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6쪽 분량의 유서가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받던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이 강압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압박은 없었다”며 “유서에도 사건이나 경찰 수사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몸에 멍 등 외상은 없었고, 가족이 원하지 않아 부검은 따로 실시하지 않는다.

A씨는 고분정비사업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2015년 4월~지난해 3월 산림축산과 과장을 지내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앞서 5월 25일 경찰은 고분 정비 사업을 낙찰받은 업체 3곳 관계자들을 문화재수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업체는 고령군으로부터 2015년 3, 5, 9월에 걸쳐 각각 사업을 낙찰받았다. 사업비는 9억9000만원이다.

이후 이들 업체는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직접 작업을 하지 않고 무자격 업체 1곳에 작업 전반을 하도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자격 업체 1곳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공무원과의 유착관계 조사를 위해 10일 고령군청 산림축산과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공무원 5명을 불러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경찰관계자는 "공사 업체들의 부정한 행위를 알고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 조사했다"며 "이렇다할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조사가 끝났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산동고분군. [사진 고령군]

지산동고분군. [사진 고령군]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가야사 연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주목받은 곳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은 영호남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과제로 꼭 포함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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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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