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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반응, 해설위원 목소리 톤까지 분석"…인공지능(AI)이 스포츠와 만나면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영국 윔블던에서 개막한 세계 최고 권위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131회 맞은 윔블던 대회, AI로 온라인 반응 분석해 흥행 이끌어 #미국 사이클 국가대표팀, 선수들 심박수와 날씨 등 종합해 전력 분석 #AI로 주먹을 뻗는 자세와 모자 잡는 자세 차이도 분석 가능해져

대회 흥행을 위해 AI까지 도입한 데는 매년 떨어지는 시청자 수와 줄어든 관심에 대한 주최 측의 고민이 있었다. 올해로 131회를 맞이한 만큼 역사가 깊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연령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에서 경기가 얼마큼 언급됐는지도 흥행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인데, 윔블던의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턱없이 낮았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F1 그랑프리, 유로 2016 등 다른 종목 경기들의 인기에 밀리는 것도 문제였다.

대회를 주관하는 ATELTC(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 크로켓 클럽)는 IBM의 클라우드와 '코그너티브(cognitive) 기술'을 대회 데이터 분석에 도입했다.

IBM의 인공지능(AI) 솔루션 왓슨은 소셜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언급되고 있는 경기 관련 데이터들을 모아서 분석한다. [사진 IBM]

IBM의 인공지능(AI) 솔루션 왓슨은 소셜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언급되고 있는 경기 관련 데이터들을 모아서 분석한다. [사진 IBM]

코그너티브 기술이란 컴퓨터의 인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각종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컴퓨터 스스로 빅데이터에서 통찰력을 내리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법을 말한다. 코그너티브 기술이 구현되면 사용자가 컴퓨터에 "오늘 밖에 나가기 좋은 날씨야?"라고 물어도 이를 '온도'에 관한 질문으로 자동으로 이해하고 답할 수 있다.

IBM은 우선 '#윔블던'이라는 해시태그가 포함된 트윗뿐만 아니라 경기와 관련한 모든 비정형화된 텍스트를 모았다. 매일 1700만 건의 데이터를 모아서 어떤 경기와 선수가 언급됐는지, 글쓴이가 글을 쓰면서 어떤 감정이었는지도 분석했다.

윔블던 대회 관계자들이 태블릿 PC를 통해 대회와 관련한 실시간 온라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IBM]

윔블던 대회 관계자들이 태블릿 PC를 통해 대회와 관련한 실시간 온라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IBM]

선수의 데이터도 AI의 분석 대상이다. 어떤 선수가 가장 많은 에이스를 달성했는지, 선수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온라인에서 언급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대회 주요 영상을 편집하고 배포한 것이다.

윔블던은 지난해 이 같은 노력으로 온·오프라인에 대회 흥행을 끄는 데 성공했다. 전체 시청자 수는 25% 증가했으며, 온라인에서도 총 1억 명 이상이 윔블던 영상 콘텐트를 소비했다.

최근 들어 스포츠 분야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선수의 전력을 분석할 때 AI 기술을 도입하기도 하고, 윔블던처럼 대회의 흥행을 위해 선수와 관중의 관계를 메타데이터로 추출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미국 여자 국가대표 사이클 팀은 선수들의 AI를 통해 실시간 체력 데이터와 주변 환경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경기 전략을 과학적으로 짤 수 있다. [사진 IBM]

미국 여자 국가대표 사이클 팀은 선수들의 AI를 통해 실시간 체력 데이터와 주변 환경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경기 전략을 과학적으로 짤 수 있다. [사진 IBM]

미국 여자 국가대표 사이클 팀은 IBM이 개발한 AI 솔루션 '왓슨'을 이용해서 선수들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과거에도 코치들은 전력 상승을 위해 운동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보통 이 과정이 평균 2~3달씩 걸려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사이클 선수들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코치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모바일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 IBM]

사이클 선수들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코치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모바일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 IBM]

미국 여자 국가대표 사이클 팀 코치들이 선수들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IBM]

미국 여자 국가대표 사이클 팀 코치들이 선수들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IBM]

사이클 선수들도 웨어러블 아이웨어 '솔로'를 통해 경기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 전달받을 수 있다. [사진 IBM]

사이클 선수들도 웨어러블 아이웨어 '솔로'를 통해 경기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 전달받을 수 있다. [사진 IBM]

국가대표팀은 대신 선수들의 주머니에 모바일 장치를 장착해 심박수, 근육 내 산소량을 측정했다. 동시에 습도·풍속 등 주변 환경 데이터도 코치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선수의 체력과 경과까지 종합해서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줬으며, 선수도 웨어러블 아이웨어 '솔로'를 통해 이 데이터를 전달받았다.

이 같은 분석은 4㎞를 선수 네 명이서 가장 빨리 달려야 하는 '팀 퍼슈트' 종목에서 빛을 발했다. 미국 여자 사이클 팀 퍼슈트 팀은 지난해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매년 미국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골프 대회는 1996년부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대회 주최측은 선수와 관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BM 왓슨은 선수가 허공으로 주먹을 뻗는 자세와 모자 끝을 살짝 잡는 자세의 차이점을 파악한다. 만약 해설 위원이 경기 도중 '경이롭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왓슨은 이 샷이 그저 좋은 정도가 아니라 단어 그대로 '경이로운' 샷임을 아는 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다.

IBM 왓슨이 골프 선수의 샷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도를 여러 척도를 동원해 보여주고 있다. [사진 IBM]

IBM 왓슨이 골프 선수의 샷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도를 여러 척도를 동원해 보여주고 있다. [사진 IBM]

이 같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객의 흥미도와 대회 흥행 가능성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 존 켄트 IBM 테크 어프로치 담당은 "마스터스 골프 대회의 수 많은 경기 장면 중에서 왓슨이 골라낸 주요 경기 장면에 대한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며 "머잖아 수 백 달러가 넘는 비싼 입장권을 사서 직접 경기를 보러 가지 않아도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 만으로 경기를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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