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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맡겨놓은 경기도 어린이집들, CCTV 카메라 돌려놔 '영상녹화 불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유아 보육법 개정으로 어린이집에 폐쇄회로 TV(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경기도 내 10곳 중 3곳은 CCTV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에 반영된 아이들 모습. [중앙포토]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에 반영된 아이들 모습. [중앙포토]

4일 경기도 감사관실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부천·용인·안양·양평·하남·남양주·구리 등 7개 시·군의 어린이집 3197건을 대상으로 CCTV 설치·유지관리를 전수조사한 결과 31.8%인 1017개 어린이집에서 1322건의 위반사항이 나왔다.

커튼으로 가리고...벽 쪽으로 돌려놓은 곳도 #경기도 1017개 어린이집에서 1322건 위반 사항 적발

이번 점검은 영유아 보육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2015년 9월 이후 처음 실시한 것이다. CCTV 설치와 운영, 유지관리 실태의 적법성 여부 등을 중점 점검했다.

위반사항별로는 CCTV 운영 위반이 664건(50.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CCTV 설치 위반 458건(34.7%), 안전성 조치 위반이 196건(14.8%) 순이었다.

위반 내용은 CCTV에 동영상이 저장되지 않았거나 동영상을 60일 이상 저장하지 않은 경우가 249곳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부천시의 한 어린이집은 CCTV에 20일 정도의 영상만 보관돼 있었다. 이 어린이집 관계자는 "CCTV 용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어린이집 CCTV [중앙포토]

어린이집 CCTV [중앙포토]

보육실·놀이터·식당 등 의무설치 공간에 CCTV를 설치하지 않거나, 사각지대가 있는데도 CCTV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은 어린이집도 51곳이나 됐다. 100만 화소가 안 되는 CCTV를 설치해 화질 기준을 위반한 어린이집도 154곳이었다.

CCTV 카메라의 방향을 가려놨다가 적발된 곳도 4곳이나 됐다. 안양시의 A 어린이집은 보육실에 설치된 CCTV 카메라의 방향을 벽 쪽으로 돌려놨다가 적발됐다. 이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 공간이 좁아서 교사들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카메라를 돌려놨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같은 지역 B 어린이집은 보육실에 설치된 카메라 1대를 커튼으로, C 어린이집은 카메라 방향에 선풍기를 설치해 시야를 가렸다가 덜미가 잡혔다. 두 어린이집은 "카메라를 가리고 있는지 몰랐다"고 각각 주장했다.

경기도는 해당 시·군에 적발된 어린이집의 명단을 통보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할 예정이다. 또 이번 점검 대상 외에도 나머지 24개 시·군 8080개 어린이집의 CCTV 관리 및 운영실태 점검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 [중앙포토]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 [중앙포토]

한편 경기도는 그동안 1만1146개 어린이집에 CCTV설치비로 187억원을 지원했다. 올 3월 초 기준으로 도내1만 2050개의 어린이집의 98.3%인 1만1848개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돼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CCTV는 안심 보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며 "일선 현장에서 CCTV를 다루는 방법을 모르거나, 업무가 많아서 CCTV 운영을 소홀히 할 수도 있으니 꾸준한 지도 점검과 함께 컨설팅을 병행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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