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 7년, 조윤선 징역 6년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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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네 편, 내 편으로 갈라 나라를 분열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고 했다.”

특검 “대통령의 잘못에 동조 #역사의 수레바퀴 되돌리려 해” #예술인 461명 민사재판도 열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3일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피고인들의 범죄 행위를 이렇게 규정했다. 특검팀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각각 징역 7년과 6년을 구형했다.

이용복 특검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이들이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내치고 국민의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며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3년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에 대해서는 모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구형에 앞서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양석조 파견검사는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가 최고 권력의 남용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사건이다”며 “배제 대상자는 사실상 1만여 명에 이르고, 이들은 생계와 직결되는 모든 보조금을 무조건 배제당했다”고 말했다.

19명의 변호인을 선임한 김 전 실장 측에선 이날 5명의 대표 변호사가 마지막 방어에 나섰다. 김경종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특검법을 만들 때 블랙리스트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김 전 실장과 최씨의 공모 관계도 끝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을 고리로 하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조 전 수석 측은 “특검팀도 결국 ‘당시 정무수석이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관여했을 것’이란 주장만 내놨을 뿐 증거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특검팀이 공소장 내용을 일부 변경한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수석의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는 “결혼하면서 했던 다짐과 지켜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족함이 생각난다”며 “이제 운명과 재판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은 “사건이 다 끝난 뒤에도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낙인은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며 “남은 인생도 문화 예술 애호가로 살아가는 게 꿈이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27일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

◆블랙리스트 민사 소송도 시작=김 전 실장 측의 최후변론이 진행 중이던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법정에서는 블랙리스트 예술인 461명이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 조 전 수석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지난 2월 “블랙리스트로 예술가들의 인격권과 양심·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1인당 1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는지, 어떤 종류인지, 피고인들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등이 특정된 뒤에 이 재판을 진행하자”고 말했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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