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들어간 미국 밀에 GMO 콩·옥수수 섞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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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되는 라면 중 5개 제품에서 GMO가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 밀·밀가루 82건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미국산 밀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국내 유통되는 라면 중 5개 제품에서 GMO가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 밀·밀가루 82건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미국산 밀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국산 라면에 재료로 들어가는 미국산 수입 밀·밀가루 중 일부에 적은 비율이지만 유전자변형작물(GMO)이 섞인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나타났다. 라면에 GMO 표시를 해야 하는 비율을 넘지 않아 식품 관련 법규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식약처는 국내로 수입되기 이전의 보관·운반 과정에서 밀가루 보관 용기 등에 남아 있던 GMO가 일부 섞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수입산 밀·밀가루 82건 수거·검사 #미국산 17건에서 유전자변형 콩·옥수수 검출 #평균 0.1%, 'GMO 표시' 기준인 3% 이내 #미국 안전성 검사 통과해 식용 승인된 GMO #"수입 전 보관·운반 중 비의도적으로 섞인 듯" #GMO 들어간 라면 제조사·제품명은 공개 안 해

30일 식약처에 따르면 국산 라면에 들어가는 미국산 밀과 밀가루 17개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대두(콩)와 옥수수가 검출됐다. 이들 제품에서 GMO 혼입 비율은 최고 0.39%에서 최저 0.02%로 평균 0.1% 수준이었다. 국내 규정에선 밀·밀가루 등은 혼입 비율이 3%를 넘지 않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식약처는 한 방송이 '국내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중 5개에 GMO가 섞여 있다"고 보도하자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호주·캐나다에서 수입된 밀과 밀가루 중 국내 라면에 쓰이는 82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했다. 호주산과 캐나다산 밀·밀가루에선 유전자변형 대두 또는 옥수수가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GMO 대두·옥수수가 검출된 밀·밀가루가 쓰인 라면 제조사나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GMO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 유전자변형작물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중앙포토] 

GMO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 유전자변형작물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중앙포토]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GMO 농산물은 미국에서 안전성 심사를 거쳐 식용으로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미국 현지의 보관창고나 운반 선박 등에 남아 있던 GMO가 비의도적으로 섞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통관 규정에서도 수입 농산물에 사전 신고한 것과는 다른 곡물이나 흙 등 이물질이 섞인 비율이 5% 이내이고 비의도적인 것으로 보이면 통관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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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독일 정부도 2011년 밀과 옥수수 등에서 0.1%로 유전자변형 대두가 검출되자 ‘이 정도 혼입은 기술적으로 불가피하고 표시는 불필요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GMO의 비의도적 혼입을 허용하는 기준은 나라·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은 0.9% 이내여서 한국보다 엄격하고, 일본은 5% 이내로 한국보다 느슨하다. 국가별로 정한 기준을 넘지만 않으면 GMO 표시가 면제된다.

식약처는 “미국산 밀 수입업체에 대해 원료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하고, 미국산 밀을 수입할 때는 대두·옥수수의 혼입 여부를 확인해 식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작물인지 아닌지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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