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열기 도쿄 의회선거...고이케 세력 과반 넘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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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장기 집권을 가늠할 도쿄도 의회 선거가 2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127명을 뽑는 지방 선거지만 ‘아베 1강(强)’ 체제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의 11개월간 도정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회의원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 운동과 열기는 이 때문이다.

도쿄도의회 선거 유세에 나선 고이케 유리코 지사(왼쪽)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연합뉴스]

도쿄도의회 선거 유세에 나선 고이케 유리코 지사(왼쪽)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연합뉴스]

선거의 최대 초점은 고이케 지지 세력이 과반 의석(64석)을 확보할 지다. 고이케가 만든 신당 도민퍼스트회는 이번에 50명이 입후보했다. 여기에 고이케 신당의 추천을 받은 공명당 23명, 도쿄생활자네트워크 4명, 무소속 일부 등 88명의 후보가 고이케 지원 세력이다. 도민퍼스트회는 언론사 투표 정당 조사에서 현재 1당인 자민당(57석)을 근소한 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서 고이케 신당+공명당 과반 넘봐 # 자민당 1당 내주고 야 1당 민진당 참패 정세 # 아베 장기 집권 여부, 정계개편 최대 관심사

공명당은 종교단체 소카가카이(創價學會)를 지지 모체로 해 조직표가 탄탄하다. 과거 선거에서 6회 연속 출마자 전원을 당선시켰다. 그런 만큼 고이케 지지 세력이 과반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정당 중심의 세력이 도의회 다수파가 되는 것은 처음이다.

반면 자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정세다. 도민퍼스트회에 1당을 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대형 악재 때문이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27일 자민당 후보 지원 연설에서 방위성ㆍ자위대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역풍은 더 거세졌다.

아베도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 수의학부 승인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다. 아베가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이런 환경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다. 자민당 총재로서 선거의 얼굴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다. 자민당 내에선 38석에 그쳐 민주당에 참패했던 2009년 선거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도의회 선거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는 아베 총리.[연합뉴스]

도쿄도의회 선거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는 아베 총리.[연합뉴스]

자민당이 참패하면 아베의 장기 집권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자민당은 지난 3월 총재 임기를 ‘3기 9년’으로 연장해 아베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아베가 내년 9월 총재선거에서 이기면 2021년 9월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베 자신의 오만한 국정 운영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만큼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아베가 내년에 국민투표에 부치려는 개헌 일정도 탄력을 받기 어렵다. 아베로선 조기 개각을 통해 여론의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가 이기면 내년말까지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 신당 후보를 낼지가 최대 관심사다. 고이케는 23일 자신의 정치학교 ‘희망의 숙(塾)’ 출신자들의 총선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럴 경우 고이케 주도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제 1야당 민진당이 이번에 한자리 의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존재감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지지통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지지통신]

실제 도쿄도 의회선거 결과는 총선과 직결되기도 했다. 1993년 6월 도의회 선거에서 창당 1년의 일본신당이 일약 3당으로 올라섰다. 자민당은 한달 후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했고,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일본신당 대표를 총리로 하는 비(非)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당시 일본신당 국회의원으로 도의회 선거 돌풍의 한 주역이었던 고이케는 제 2의 선거 혁명을 꿈꿀 수도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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