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해충에 대한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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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레

돈벌레

돈벌레 “꺅!” 사람들은 나를 보면 소리부터 지르곤 해. 내가 생긴 게 그렇게 흉측한가? 내 다리는 15쌍인데, 특히 이 점이 너무 혐오스럽대. 나를 지네로 착각해서 겁에 질리기도 해.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해. 난 사실 해충이 아니야. 믿기 힘들다고? 나는 습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긴 해. 그래서 여름철에 유독 내가 더 자주 나타나는 것이지. 습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나에게 인간의 집이란 최상의 환경 아니겠어? 그러나 워낙 겁이 많아서 사람들에게도 잘 다가가지 않는 편이야. 단지 습하고 따뜻한 방 한구석에 숨어 있다가 먹이를 먹으러 나오는 것이지. 이걸 본 사람들이 기겁을 하는 거고. 내가 해충이 아닌 이유에 관해 설명해줄게. 나는 먹성이 좋은 편인데, 인간들이 싫어하는 곤충들을 다 먹어치우곤 해. 그 친구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난 가리는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다 먹어치워. 특히나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모기나 바퀴벌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야. 심지어 꼽등이도 먹어치운다고. 어때? 이래도 내가 나쁘게만 보이니? 앞으로는 나를 만나면 죽이지만 말고 집 밖으로 내쫓아주길 바라.

흰개미

흰개미

흰개미 ‘문화재의 파괴자’ 내 별명이야. 그도 그럴 것이 난 나무로 된 문화재를 참 좋아해. 씹는 맛이 일품이거든. 구멍을 내고 그 속을 파고 들어가며 나무를 음미하는 맛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지. 그래서 문화재를 사랑하거나, 보존하는 사람들은 나를 정말 싫어해. 옛날엔 이런 일도 있었지. 1995년 일본 고베에서 대 지진이 일어났는데, 튼튼함과 견고함을 자랑하던 일본의 가옥 중 우리가 갉아먹은 집들의 80% 이상이 주저앉았어. 그래서인지 나무로 된 집이나 문화재에서 가장 경계하는 곤충은 바로 나, 흰개미지. 그러나 나도 마냥 집만 갉아먹는 해충은 아니야. 내 몸 안에는 섬유질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들이 있는데, 이를 활용해 내가 먹은 섬유질을 연료로 바꿀 수도 있어. 집을 부술 줄로만 알았던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나를 파괴자 만으로만 부르지 말아줘.

먼지다듬이

먼지다듬이

먼지다듬이 날 다른 해충들과 같이 취급하지 말아줘. 나는 ‘책벌레’거든. 책벌레라는 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주는 별명인 거 다들 알고 있지? 맞아. 나도 책을 참 좋아해. 너무 좋아하다 보니 먹기도 하고 그 속에서 잠도 자지. 도서관에 가서 가장 오래돼 보이는 고서를 펼쳐봐. 그럼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거야. 중요한 고서들을 먹는 건 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해. 하지만 내 입엔 가장 맛있는 음식인걸... 그러니 너무 해충 취급만 하지 말아줘. 내가 책을 먹어치운다고 해서 한권을 몽땅 먹는 건 아니잖아? 딱히 좋은 일은 하지 않지만, 단지 책이 좋아 거기서 먹고 자고 하는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깍지벌레

깍지벌레

깍지벌레 ‘눈에 콩깍지가 씌었네.’라는 말을 알고 있니? 그래. 나는 무언가를 감추거나 가려주는 깍지 속에서 살아. 그래서 이름도 깍지벌레지. 깍지 안에 숨어서 뭘 하느냐고? 난 사실 이곳에 숨어서 조용히 살아가는 얌전한 벌레야. 왜냐하면, 깍지 속에 숨어 살다보니 다리도, 눈도 모두 퇴화했거든.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나는 깍지 안에 숨어서 숙주인 과일나무에 붙어살아. 과일나무에 붙어 달콤한 과일나무 즙을 빨아먹고 먹고 살지. 그래서 과수원 주인들은 나를 몹시 미워해. 하지만 그거 아니? 숙주에 붙어 즙만 빨아 먹는 건 아니야. 난 여성의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기도 해. 또, 내가 가진 깍지의 주요성분인 밀랍은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도 하지.

꼽등이

꼽등이

꼽등이 후후. 안녕? 그래 나야 나. 그 이름도 유명한 꼽등이. 해충계의 대장이야. 내가 왜 대장이냐고? 나의 건강한 허벅지와 통통한 배를 좀 봐. 튼튼해 보이지 않니?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엄청 싫어해. 하지만 난 원래 썩은 고기를 치우는데 탁원한 능력이 있어. ‘곤충계의 하이에나’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매번 죽은 동물만을 찾으러 다닐 순 없어 직접 사냥을 나가지. 그렇게 하다 사람들의 눈에 띄면 모두들 나를 없애려고만 해. 그런데 잠깐, 무작정 날 없애기 전에 내 강인한 생존본능에 대해 한번 들어볼래? 모두가 날 없애고 싶어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내가 ‘생존의 제왕’이기 때문이야. 내가 좋아하는 곳은 축축한 지하실이나 동굴인데 이런 곳들은 먹은 것이 풍부하지 않지. 하지만 걱정 마. 아무리 척박한 곳일지라도,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거든. 뭐? 내가 더 싫어졌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바구미

바구미

바구미 난 솔직히 해충으로 취급받는 게 몹시 억울해. 난 열심히 산 죄밖에 없거든. 이 거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이 길다랗고 튼튼한 주둥이 덕분이야. 먹이싸움에서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묘안을 짜내고, 그 어떤 생물보다 몸을 단련한 결과 이렇게 멋진 주둥이를 갖게 되었지. 이 주둥이의 용도가 궁금하다고? 바로 단단한 곡식을 뚫는데 사용해. 먹이는 한정되어있고, 옥수수와 같은 곡식 알갱이들은 너무 단단해서 먹을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난 이걸 뚫는 방법을 선택했어. 옥수수, 콩 등 단단해서 먹지 못하던 곡식들에 구멍을 내고 그걸 먹는 거야. 어때, 꽤나 훌륭한 방법이지? 게다가 나는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예쁜 친구들은 유럽에서 여성들의 장신구로 쓰이던 것들도 있어.

바퀴벌레

바퀴벌레

바퀴벌레 안녕? 해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해충의 대명사 바퀴야. 먼저 내 소개를 먼저 하자면, 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해. 공룡이 멸종되어도 우리는 멸종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지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먹이가 부족해도 우리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잘 살아왔어. 하지만 왜 그렇게들 바퀴를 미워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우리가 더러워 보이기 때문인 거 같아. 하지만 모든 병균을 죄다 우리가 옮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더러운 곤충이 아니야. 외모때문에 생긴 사람들의 편견이지. 게다가 나는 단백질 덩어리라서 요즘에는 식용 곤충으로 나를 키우는 사람들도 많아. 작은 공간에 적은 먹이로도 오래 살 수 있는 나야말로 애완 곤충으로 딱 이지 않니? 어때, 나를 한번 키워볼래?

참고도서=『해충의 진상』(황의웅, 구메바우 곤충 연구단)
일러스트=양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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